中 부부의 ‘인천공항 밀입국’ 재구성…‘이판사판’ 문 흔들어대도 경비원이 제지 안 해

中 부부의 ‘인천공항 밀입국’ 재구성…‘이판사판’ 문 흔들어대도 경비원이 제지 안 해

기사승인 2016-01-27 12:46: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인천국제공항에서 문을 뜯어버리고 한국 땅을 밟은 ‘황당 밀입국’ 사건의 장본인인 허모(31)씨와 펑모(31·여)씨 부부가 애초에 시도했던 건 ‘환승자격 관광’ 제도를 이용한 밀입국이었다.

이들이 인천공항에 들어온 건 이달 20일 오후 7시31분쯤. 허씨 부부는 단체관광 비자를 받아 일본 여행을 한 후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를 탔다. 이들은 이튿 날인 21일 오후 8시17분 출발 예정인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떠나게 돼 있었다.

그러나 애초 목적이 밀입국이었던 이들은 베이징행 비행기를 탈 생각이 없었다. 이미 중국에서 브로커에게 1인당 6만 위안(한화 약 1000만원)씩 총 12만 위안을 주고 ‘환승자격 관광’을 악용한 밀입국 ‘노하우 전수’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환승자격 관광’은 선진국 공항에서 출발했다가 인천공항을 거쳐 제3국으로 떠나는 외국인이 환승 대기시간 동안에 공항에서 가까운 곳을 관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제도다.

허씨 부부가 첫 여행지로 일본을 택한 것, 환승 대기 시간을 약 24시간이 넘게 잡은 것도 모두 ‘계산’이었다.

이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브로커가 가르쳐준 대로 행동을 옮겼다. 이들은 환승 대기구역인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이 아닌 2층 입국 심사장으로 갔다.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의 심사관이 체류 시간을 물었다. 이 첫 질문에 허씨 부부는 “하루 정도 관광하려 한다”고 능숙하게 대답했다. 브로커가 알려준 ‘예상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번째 질문에서 암초를 만났다. 심사관이 “숙소는 어디냐”고 물어본 것이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이들은 당황했고, 심사관이 이들이 보유한 일본 입국비자가 ‘단체관광’ 비자라는 점을 이상하게 여기면서 계획이 어긋났다.

보통 단체관광 비자로 외국에 갔다가 인천공항에서 다른 비행기로 바꿔타는 이들이 환승자격 관광을 할 땐 신청도 단체로 한다. 그런데 이들은 그런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이다.

심사관은 ‘입국목적 불분명’을 이유로 결국 입국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들은 ‘코리안드림’을 포기하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한 허씨 부부는 운영이 종료된 3번 출국장에 지키는 사람이 없는 걸 발견했다. 오후 11시가 넘었을 때였다.

공항 상주직원 출입문에 다가서니 스크린도어가 저절로 열렸다. 남은 것은 여객터미널의 일반구역으로 통하는 미닫이문. 여기만 지나면 밀입국은 성공이나 다름 없었다.

미닫이문 하단에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들은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이판사판으로 9분 간이 문을 흔들어 댔다. 그러자 바닥과 잠금장치를 고정한 나사못이 오래된 탓에 쑥 뽑혔다. 이 과정에서 공항 경비원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대놓고 흔들어대다보니 문을 수리하거나 청소하는 사람들일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허씨 부부가 이렇게 밀입국에 성공한 시간은 21일 새벽 1시25분. 공항을 빠져나간 이들은 사전에 약속된 장소인 천안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들은 밀입국 나흘 만인 25일 오후 4시40분쯤 천안 공설시장 인근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에 의해 발각됐다.

이들을 긴급체포해 조사해온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26일 오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기소되면 1심에서 집행유예를 거쳐 중국으로 쫓겨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들에게서 돈을 받고 밀입국을 알선한 브로커 이름과 연락처를 확보했다. 이를 주중 한국대사관에 전달해 중국 공안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밀입국 당시 3번 출국장에서 경비를 섰던 보안업체 직원은 징계를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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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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