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세요] ‘저가’ 항공사는 비상상황에서도 ‘싼 티’를 내야할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가’ 항공사는 비상상황에서도 ‘싼 티’를 내야할까

기사승인 2016-01-27 14:38:55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제주국제공항은 그야말로 ‘준전시상황’을 방불케 했습니다. 32년 만이라는 제주 지역의 기록적 폭설로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고, 수 만 명의 승객들이 공항에서 ‘노숙자 신세’가 돼 버린 겁니다.

눈이 잦아들고 제설작업이 완료되며 운항 재개가 고개를 들 즈음에 저가항공사(LCC·Low Cost Carrier)를 이용한 승객들은 설움 아닌 설움을 당해야 했습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은 기존 예약 순으로 대체 편 좌석을 배정하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몇 시까지 나오면 된다’고 승객들에게 통보를 해줬습니다. 따라서 승객들은 무의미하게 공항에 갇혀 있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가항공사는 달랐습니다. 현장 대기자를 우선으로 배정한다는 원칙 하에 ‘선착순’ 대기표를 나눠줬고, 이를 받으려는 승객들로 난리도 아니었던 거죠. 대기표를 받았다고 해서 마음대로 공항을 벗어나지도 못했습니다. 순서가 왔을 때 잠시 지나치기라도 하면 다음 승객으로 넘어가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논란이 한참 불거지고 관련 기사들도 쏟아질 때 항공기 조종사로 보이는 한 SNS 이용자가 이런 글을 올린 걸 봤습니다.

“저가항공사가 괜히 저가인 줄 아나”

자세히 보지 않아 저가항공사 소속인지, 대형항공사 소속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프로필에 항공기 조종석에 앉아있는 남성의 사진이 있고 직업 소개도 항공기 부기장으로 해 놔서 그렇게 추측할 뿐입니다.

가격이 더 저렴한 항공사를 이용해놓고 더 비싼 대형항공사와 동일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건 옳지 않다는 뉘앙스였습니다.

저가항공사들이 내세우는 ‘저가’ 속에 담긴 속뜻은 무엇일까요. 이 사람이 말한 것처럼 ‘서비스가 대형항공사보다는 못하지만 저가라는 장점이 있다’일까요, 아니면 ‘저가이면서도 대형항공사 못지않은 서비스도 제공한다’일까요.

후자면 좋겠지만 전자가 당연한 것처럼 들리죠. 실제로 저가항공사들은 기내식 등에서 비용을 줄이기 때문에 전자가 더 ‘정답’에 가깝습니다. 이런 차이에 불만을 제기하는 저가항공사 승객도 없습니다.

그럼 그 부기장이라는 SNS 이용자의 논리가 맞는 걸까요?

그런데 이번엔 ‘비상상황’이었다는 특수함이 있습니다. 저가항공사라고 해도 고객 서비스가 안전과 더불어 최상의 가치라는 건 다르지 않습니다.

가전회사의 서비스 수준이 제품이 고장 났을 때의 대처에서 오히려 빛을 발할 수 있듯이, 항공사도 결항 사태 같은 비상상황에 닥친 승객 편의 도모에서 서비스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좀 저렴한 가전제품의 구매자가 비싼 동종의 제품하고 왜 기능이 같지 않냐고 따지진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고장이 났는데 고객센터가 한참 동안 전화도 받지 않거나 AS 담당 직원이 며칠이 걸려서야 온다면 아무리 저가제품 구매자라도 불쾌한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문자메시지 대규모 발송 시스템 구축 역시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이라고 해도, 저가항공기를 이용했다고 해도, 항공기 승객이 결항 시 선착순으로 대기표를 받아야 하고 공항에 붙잡혀 있다고 하면 이게 용인될만한 장면일까요.

‘저가’라는 이유로 비상상황에서도 ‘싼 티’를 내는 모습.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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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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