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부터 공매도 공시제도가 시행되면서 그간 개인 투자자들을 괴롭혀온 공매도 세력의 실체가 공개됐다.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현황에 따르면 공매도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주로 외국계 금융사가 90%이상을 차지해 절대 다수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투자자별 공매도 잔액이 공개되지 않아 정작 반쪽짜리 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는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격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도해 이로 인한 차익을 얻어내는 거래다.
공매도를 주로 투기성 매매로 인식하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공매도 자체가 꼭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매수 주문이 과도하게 많을 경우에는 공급물량을 제공해 균형을 맞추고 매도물량 이 많을 때는 공매도 청산을 통해 매수세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
다만 공매도 자체가 정보가 풍부한 기관 등에 유리하고 이로 인한 인위적인 가격조정이 개인 투자자들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처럼 불공정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도입한 것이 공매도 공시제도다.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제공하고 있는 공매도 공시 제도를 살펴보면 대량 보유자 현황과 종목별·시장별 잔액만 공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을 누가 많이 공매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가려져 있어 대량보유자 현황 하나만으로 어떤 종목에서 공매도가 많이 일어나는지만 추측할 뿐이다.
국내 대형사들도 공매도를 하고 있지만 비율로만 보자면 적은 비중이다. 각 증권사들의 재무제표 상에서 대차거래 항목에 공매도 잔액이 포함돼 있지만 공개를 꺼려해 이것만으로는 국내 증권업계가 공매도 잔액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아직 제도 시행 초기이지만 실효성도 의문이다. 지난달 30일 처음 제도가 시작된 이후 전체 주식 시장에서 공매도 잔액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공매도 주체가 가려져 있기 때문에 공매도 세력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공매도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기적 공매도를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오히려 투기세력의 투자 전략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전략이 노출된 대형 투자자들이 공시전에 매수와 매도 잔량을 조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개인 투자자들도 공매도를 할 수 있게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국내주식 시장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비율로만 따져도 외국인 다음이다.
결국에 공매도로 인한 최종 수혜자가 밝혀지지 않는 이상 공매도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는 지속 될 것이다. 정보력 하나만 놓고 봐도 기관 등 대형 투자자들에 비해 턱없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홍석경 기자 hsk870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