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원회가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해 장기적인 대형화 프로젝트 추진의사를 밝히면서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산업 발전이란 관점에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제시한 인센티브에 대해선 보수적인 입장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 요건을 충족시키는 국내 증권사는 전체 41개사 중 5곳에 불과하다. 단순합산한 자기자본 규모에선 미래에셋대우가 7조6000억원대로 가장 크고 NH투자증권이 4조5000억대로 뒤를 이은다. 이어서 KB와 합병한 현대증권(3조8000억원)과 삼성증권(3조3000억원), 한국투자증권(3조1700억원)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해당한다. 금융당국은 중·장기적으로 자기자본 10조원대의 초대형 투자은행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야심차게 준비한 대형IB… 공룡 증권사 탄생 예고
금융당국의 증권사 대형화 작업은 이미 지난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제도를 통해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 금융위는 자기자본 3조원 등 일정 조건을 갖춘 증권사에 한해 기업 신용공여 업무를 허용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3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거래대금에 의한 수수료에 의존 비중이 높고 자본력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실정이다. 주요 아시아국과 비교해 봐도 일본의 노무라홀딩스(28조1000억원), 다이와홀딩스(13조3000억원)보다 크게 떨어지고 중국의 중신증권(25조6000억원)과는 자기자본 규모에서 국내 증권사 상위 10곳을 다 합쳐도 밀린다.
이번 대형투자IB 육성 방안도 이같은 실정에서 수익구조를 다변화 시키고 증권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취지다. 구체적으로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 4조원 미만의 증권사에 새로운 건전성 규제(NCR-II)를 적용하고 신용공여 한도액을 기업대출의 자기자본 100%까지 증액해준다. 또 다자간 비상장 주식의 매매·중개가 가능해지고 해외 M&A 사업도 지원해준다. 여기에 더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8조원 미만 증권사는 발행어음 허용(자기자본 200% 한도), 레버리지 규제 제외(발행어음 한정)를 포함해 외국환 업무 범위까지 확대된다.
8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확보한 증권사는 앞선 인센티브를 모두 허용해주고 종합금융투자계좌(IMA)와 부동산 담보신탁을 추가로 영업할 수 있게 해준다. 일단 투자업계는 시장 예상보다 인센티브가 다소 약해졌지만 증권산업 발전을 위해 긍정적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은 연구원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예금자보호가 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법인지급결제 허용보다는 인센티브가 다소 약해졌지만 업계의 요구가 대부분 반영돼 대형 투자은행의 업무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서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8조원에만 허용되는 종합금융투자계좌(IMA)의 사업권을 무리할 가능성도 제기되기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IMA는 기존의 CMA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과 수익률 및 안정성이 유사해 무리한 자본확충을 유인할 우려는 적다”고 덧붙였다.
◇대형IB, 방향 맞지만 인센티브 효과는 ‘글쎄’
일각에서는 이번 초대형IB 육성 관련 인센티브가 증권사가 M&A이나 증자로 인한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을 감수할 만큼 메리트가 파격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해 M&A나 증자를 하게되면 ROE가 희석되기 때문에 이를 감수할 만큼 메리트가 충분한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IMA가 은행의 수신업무를 증권사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지만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8조원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혜택을 모두 받기 위해선 현재 최상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5개 대형 증권사도 합병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력을 더 키워야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구색을 갖추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또 자기자본 3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신한금융투자(2조4000억원) 와 하나금융투자(1조7000억원), 메리츠종합금융증권(1조6000억원), 대신증권(1조6000억원) 등도 대형IB에 뛰어들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나 증자를 실시할 지도 미지수다. 현재 중·소형 증권사인 하이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 LIG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등 총 5곳이 매물로 나와있지만 적극적인 인수의사를 밝힌 증권사는 아직까지 없다.
결국 증권업계의 대형IB진출과 관련해 적극적인 태도를 유도하기 위해선 이같은 부담을 덜어준 더 큰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에도 불구하고 증권업의 자발적 M&A가 저조했던 이유는 매몰비용과 실적의 변동성 때문이다”며 “지난 2014년 이래로 금융당국은 방향성은 자본확충에 대한 필요성을 높여 증권사 수는 줄이고 우량 증권사를 키우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이번 금융당국의 정책의지에 따라 중·소형사는 ‘증권회사 NCR제도 개선방안’에, 대형사는‘초대형 IB 육성방안’으로 인해 자본확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기자 hsk870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