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때일수록 원칙대로 가자, 회사의 모순과 치부를 감추지 말고 드러내자,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개선해나가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상옥(57) 한전KDN 상임감사는 지난 18일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본사 감사실에서 감사업무 2년여의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담담하게 이 같이 말했다.

문 감사에게 있어, 취임한 연도인 2014년은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다.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전국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던 시기, 한전KDN에서는 일부 직원들의 비위행위가 드러나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문제가 된 사안은 그가 감사로 오기 전 발생한 것이었지만, 정작 화살은 갓 취임한 문 감사를 향해 날아왔다. 취임하자마자 치른 신고식이라기엔 상황이 심각했다. 뒤숭숭한 회사 분위기 속에서 문 감사는 남모를 심적(心的)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감사로서 회사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문 감사는 엄격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 하에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예리한 ‘메스’로 도려내는 대수술을 감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위기가 곧 터닝포인트’라는 신념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업무 투명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부정부패 척결 4대 핵심분야로 ▲금품수수 금지 ▲인사운영 비리 척결 ▲예산의 목적외 사용 원천차단 ▲계약업무 혁신 등을 설정하고 창사 이래 전례 없는 고강도 반부패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노사 합의를 거쳐 ‘인사 강등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부패행위 발생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관리자까지 처벌토록 하는 등 반부패 시스템도 대폭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은 문 감사의 개혁에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청렴한 조직을 만들고자 하는 문 감사의 의지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직원들 사이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문상옥 감사의 노력에 힘입어 한전KDN은 국민권익위가 실시한 2015년도 부패방지시책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2014년 평가에서 청렴도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한전KDN이, 불과 1년 만에 ‘청렴 우등생’으로 거듭난 쾌거였다.  

이 평가에서 한전KDN은 ▲반부패 인프라 구축 ▲부패 유발요인 제거·개선 ▲공직사회 청렴의식·문화 개선 등 반부패 의지 노력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부터 매년 나주 혁신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빛가람 청렴문화제’가 성공한 배경에도 문상옥 감사의 역할이 컸다. 

한전KDN을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공동으로 주관·주최하는 이 축제는 ‘청렴’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음악회, 멘토링, 특강, 연극, 영화, 다큐, 윤리기업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어, 지역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국민권익위는 ‘청렴문화제’를 정부 3.0 우수사례로 평가하면서, 다른 지역의 혁신도시에 확산될 수 있도록 ‘청렴클러스터’를 구축·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원조 격인 나주시가 ‘청렴문화 중심도시’로 떠오른 것은 물론이다. 

문 감사는 126개 공공기관으로 이뤄진 ‘공공기관감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협의회는 만장일치로 문 감사를 회장에 추대한 바 있다. 

다음은 문상옥 감사와의 일문 일답. 


- 감사 취임 이후 2년 5개월여가 흘렀다. 그간의 소감은?

▲2014년 5월 한전KDN 상임감사로 취임한 이래, 투명하고 청렴한 에너지ICT 공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으로 2년여를 숨가쁘게 달려왔다고 자부한다. 특히, 재임기간 동안에 청탁금지법 시행 뿐 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공직사회에 대한 청렴 요구수준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져 이를 책임지는 최고 감사인으로서의 고민도 더 커진 시간이기도 했다.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무관용 원칙을 통해 그 동안의 관행적인 부패행위가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냈고, 한편으로는 지역 내 청렴생태계 조성을 위한 청렴문화제를 기획해 국민권익위원회와 지역 이전기관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점은 나름의 성과로 생각한다. 


-한국공공기관감사협의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역할을 수행하나?

▲지난 해 10월부터 우리나라 공공기관 감사인을 대표하는 사단법인 한국공공기관감사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돼 활동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역할과 기능은 다를 수 있지만 시행하는 과정에서의 윤리성과 도덕성은 공공기관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된다.

감사업무는 공공기관의 부도덕한 일탈과 비윤리적인 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소금 같은 존재로 이를 수행하는 감사인의 수준 높은 청렴성과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협의회 회장으로서 공공기관 감사인의 전문성과 역할을 제고하는 실질적인 조력자가 되고자 윤리경영 교육을 포함한 내부전문 감사교육과 해외 연수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올해에만 9차례 시행했고, 공공기관 최고감사 책임자를 위한 컨퍼런스를 주관해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 평소 사전예방 차원의 감사를 강조하고 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기존의 감사는 사후지적 위주의 감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이에 대한 감사와 후속조치가 이뤄져 감사기능 개선을 위한 프로세스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감사업무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개선하는 것만 아니라, 잠재적인 리스크와 부패요인을 사전에 포착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전KDN은 ICT공기업의 특성을 활용해 선도적으로 e-감사시스템을 구축하고 올해 자금의 흐름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한층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상시모니터링시스템을 통한 업무전반의 리스크관리를 시행해 오고 있다.

회계부정등과 같은 이상징후 발생 시 e-감사시스템을 통해 감사담당자에게 실시간으로 내용을 통보하고 있으며 감사결과를 공개해 재발방지에도 노력하고 하고 있다.

특히, 리스크가 높은 해외사업 등은 시행부서와 감사실이 단계별로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리스크 요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컨설팅형 감사가 이미 정착돼 있다.

앞으로도 지적감사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능동적이고 부패행위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예방감사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 평소 직원들과의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나?

▲소통이라는 말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단지 구성원과의 소통 뿐 만아니라 가족, 친구,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관계를 이루고, 목적하는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회사에 부임해 직원과의 첫 만남자리에서 직원과의 관계가 물리적인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인 결합으로 이뤄지길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감사업무를 수행하면서 위로부터의 소통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소통환경을 만들어야 제대로 된 소통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교육과 간담회, 협력사 워크숍 등에서 개인 이메일, 휴대폰 번호, 감사 핫라인 등을 공지했고, 익명을 보장한 헬프라인 제도를 도입해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

아울러 2014년 말 본사가 나주로 이전함으로써 겪는 직원들의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알고자 감사실이 가장 먼저 이전해 직원들이 정주하는데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 향후 포부는?

▲지금까지 축적하고 쌓아 온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직사회가 한층 더 성숙하고 투명하게 만들어지는데 공헌하고 싶은 바람이다.

한전KDN이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청렴문화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앞장서고, 한국공공기관감사협의회 회장으로서 각 기관의 감사업무 종사자들의 역할과 위상을 제고해 공정한 사회, 청렴한 국가로 나아가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남은 기간 동안 공공기관 감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임기, 보수 등 현안해결에도 노력하겠다.


<문상옥 상임감사>

- 1960년 10월 14일

- 조선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 사회복지법인 덕산 관선이사

- 제6,7대 전라남도의회 의원

-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집행위원

- 전남도립대학 겸임교수

-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상임감사

- 새누리당 광주남구당원협의회 위원장

- 現 한전KDN 상임감사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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