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농업, 농촌을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나름 이 분야에 있어 전문가라고 자부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농어촌공사에 와보니 생각보다 더욱 중요한 기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업무 하나하나가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유한식(68) 농어촌공사 상임감사는 지난 17일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농어촌공사 감사실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상임감사 업무에 관한 소감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초대 세종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유 감사가 처음 공직에 몸담은 분야는 농업이었다. 1977년 충남 연기군농촌지도소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후 농촌진흥청 농촌지도관, 충남농업기술원 작물지도·사회지도과장, 연기군농업기술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며 흙과 떨어질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
그가 지난 2008년 10·29 연기군수 보궐선거에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농민들의 신뢰와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치의 ‘정’자도 몰랐고 시장이나 군수를 하겠다는 마음도 없었지만 지역의 많은 농민들은 ‘당신 같은 사람이 군수가 돼야 한다’며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 이에 힘입어 당시 유한식 후보는 경쟁후보를 3700표라는 큰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의 대안으로 과학비즈니스 벨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강하게 반발하며 목숨 건 단식투쟁으로 끝내 원안을 사수한 것도 그였다.
유 감사는 연기군수 시절, 한 방송사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절대 대안을 수용할수 없다”, “하루아침에 약속을 파기하는 대통령을 어느 국민이 믿겠느냐”며 카랑카랑 목소리로 당시 이명벽 대통령을 질타한 바 있다. 지역을 위한 일이라면 결코 굽히지 않는 그의 신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 그가 오랜 외출을 끝내고 다시 흙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농민만이 아니라 어민의 어려움까지 돌봐야 하는 농어촌공사의 상임감사로서다.
유 감사는 조직의 불합리한 관행을 뿌리 뽑고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취임 후 전국 93개 지사를 지속적으로 방문해 청렴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부패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컨설팅 감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소통을 해 나갈수록 직원들로부터 변화가 감지된다고 했다. 각자 깨끗한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갖고 청렴 특강에도 적극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감사는 스스로가 직원들 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감사실을 개방해 직원들과 격 없이 상의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유한식 감사와의 일문일답.
- 감사 취임 이후 그간의 소감을 전한다면?
▲취임한지 아직 10개월도 채 되지 않았는데 참으로 다사다난한 시간이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극심한 가뭄이 반복되면서 공사는 긴급용수확보와 공급에 만전을 기했다. 소규모 하천도 마다하지 않고 2단, 3단 양수작업을 했다. 또 국지성 폭우에 농지가 물에 잠기는 것을 예방하고자 전 직원이 밤낮없이 배수장 관리에 매달리는 것도 직접 봤다.
농업생산기반을 책임지는 공사의 근본적인 역할과 그 가치를 실감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최근에 불어 닥친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피해를 입은 농업생산기반시설을 복구해 풍년농사에 끝까지 만전을 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공사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사가 새로운 미래 100년을 설계하기 위해 그동안의 불합리한 관습과 부정부패요인을 완전히 차단하는데 노력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 감사 업무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공공기관이 업무 수행에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 윤리·도덕이 뒷받침되어야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아무리 훌륭한 감시와 견제 체제가 작동되더라도 사후 적발과 엄중한 조치보다는 부패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고 컨설팅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감사라고 생각한다.
공사 업무와 사업 중 취약분야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로 인해 부패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업무개선을 이끌어 내는데 감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어떤 업무에 중점을 두고 추진해왔나.
▲최근 이슈 중 하나가 국민안전과 재해예방이다. 공사 안전사고 방지와 품질 제고를 위해 ‘시공상세도면작성지침’을 마련토록 요구한 바 있다. 아울러 저수지수면을 활용한 수상태양광발전사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지침 마련을 통해 내부 업무 혼선은 예방함을 물론, 계약과 사업추진에 있어 대외 신뢰도를 높이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 평소 구성원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지?
▲저는 공기업 감사 최초로 지사를 포함해 공사 내 모든 부서를 직접 방문하며 한 사람 한 사람과 모두 인사를 나누고 직접 대화했다. 임직원의 의식에서부터 개혁을 추진하고자 했고, 직원들의 눈빛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약 6개월간 75개 부서를 찾아 5천여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청렴의식 함양은 물론 사업추진 상 문제점을 듣고 해결해나가고 있다.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저희 집은 겨울에 매일 죽을 쒀서 먹었는데 형이 먼저 밥을 먹고 나면 제가 먹을 밥이 없어 밥솥에 붙은 누룽지를 박박 긁고는 물을 부어 먹었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으며 항상 꿈을 키워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1, 2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께서 ‘반드시 고등학교에 가야한다’며 지역 명문인 대전고를 권유했다.
학비가 없어 공고 진학을 생각한다고 말씀 드렸더니 학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가정교사 일을 구해줬다. 또 여름방학 때마다 학생들을 저희 집으로 보내 가정교사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한다. 지금도 은사님과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있다.
-최근 쌀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이에 대한 견해는?
▲제가 자랄 때는 쌀의 소중함이 보통이 아니었다. 지금은 풍년이 들어 쌀값이 폭락해 난리인데 쌀의 소중함을 국가가 잊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신중히 농업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작목을 전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쌀 대신 다른 작목을 재배토록 하는 것이다. 단 국가의 농업정책 전환에 있어 농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해선 안 될 것으로 본다. 실제로 쌀을 제외한 다른 밭작물은 대체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어업에 있어서도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양식 산업 기술을 개발해 어업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그 중 한가지일 것이다. 중국이 불법조업으로 우리의 어족자원을 뺏고 있는데, 아무리 강대국이라 해도 우리영해를 침범한다면 대책을 세워 강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조깅을 즐겨 하는 것으로 안다.
▲별 다른 운동은 하지 않지만 조깅 만큼은 매일 아침 새벽 5시부터 일어나 10km 씩 뛰고 있다. 이것만큼은 절대 어기는 법이 없다. 해외 출장을 가서는 물론이고, 비나 눈이 와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 향후 포부를 전한다면?
▲저는 농업공무원으로 봉직해 평생 농업과 농촌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또한 연기군수와 세종특별자치시장을 역임하면서 행정수장으로서 다양한 국민의 염원도 들었다.
지금까지 제가 터득해온 전문 경영감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농어촌공사가 글로벌 공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는데 크게 기여하고자 한다. 앞으로 한국농어촌공사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청렴한 공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 농어촌공사의 변화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
<유한식 상임감사>
-1949년 6월 20일
-대전고등학교
-충북대학교 축산학 학사
-홍익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연기군농촌지도소
-농촌진흥청 농촌지도관
-충청남도농업기술원 작물지도, 사회지도과 과장
-연기군농업기술센터 소장
-제35·36대 충청남도 연기군 군수
-제1대 세종특별자치시 시장
-새누리당 세종특별자치시당 조직위원회 위원장
-새누리당 세종특별자치시당 위원장
-現 한국농어촌공사 감사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