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 앞 광장에서 20일(현지시간) 오후 12시 취임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연설을 통해 ‘강한 미국’과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했던 과거 미국의 기조와 달리 철저히 자국의 이익에 따라서만 움직이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의 취임 맹세는 모든 미국인에 대한 충성맹세다. 우리의 일자리와 국경, 부, 꿈을 되찾겠다”며 “이 순간부터 미국이 무역과 세금, 이민, 외교에 관한 모든 결정은 미국인 노동자와 가정의 이익을 위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수십 년간 미국 산업을 희생한 대가로 외국 산업의 배를 불렸다”면서 “우리 공장은 문을 닫거나 우리나라를 떠났으며 수많은 노동자만 실업자로 남게 됐다. 중산층의 부는 사라지고 전 세계로 갈라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 내가 전하는 단순한 원칙”이라면서 “우리의 상품을 만들고, 우리의 기업을 도둑질하고, 우리의 일자리를 파괴한 다른 나라로부터 우리의 국경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안보 측면에서도 변화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의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했으나 애석하게도 우리 군대는 자금난에 시달리게 했다”면서 “다른 나라의 국경을 지켰으나 우리나라 국경은 지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150여 개국에 설치된 미군기지는 700여 개, 주둔 미군만 14만여 명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에 이러한 발언이 미군 재배치를 예고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외교관계에서도 개혁이 예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타국과 우정·선의의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면서 “다만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점이 모든 국가의 권리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된 동맹을 강화하고 새로운 동맹을 추진하겠다”며 “문명화된 세상이 뭉쳐 과격한 이슬람 테러리즘을 지구에서 완전히 박멸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득권 정치’가 아닌 국민이 중심이 되는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로부터 권력을 이양해 미국 국민에게 되돌려 줄 것”이라면서 “정치인들은 번영했지만 일자리는 떠났고 공장은 문을 닫았다. 오랜 기간, 의회라는 작은 그룹이 정부의 과실을 챙기고 국민에게 그 비용을 감당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회·정치인의 승리가 국민의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중요한 것은 ‘어느 당이 우리 정부를 장악하느냐’가 아니다. 우리 정부가 국민에 의해 장악된다는 것이 주목해야 할 점”이라고 밝혔다.
또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불평만 하는 정치인을 국민이 더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잊힌 미국인’이 더 이상 잊히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잊힌 미국인은 트럼프의 당선을 이끈 백인 노동자·서민층을 의미한다. 이들은 극심한 양극화 상황 속에서 경제적 불만과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소외감을 느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통합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피부색이 검든, 갈색이든, 하얗든 우리는 모두 애국자가 흘렸던 붉은 피를 흘린다”면서 “미국이 통합될 때, 누구든 막을 수 없는 나라가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분열 조짐을 보이는 미국의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0분 교회 예배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의회 앞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오찬을 가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찬 자리에 지난 대선 때 각을 세웠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등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립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가족과 함께 차량에 탑승해 축하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일부 시민들은 ‘증오에 반대한다’ ‘자격이 없다’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차량 행진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축하 무도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이날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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