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민수미 기자] "대통령과 관련해서 참으로 가슴 아프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포토라인에 선 우 전 수석은 "국민에게 할 말 없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걱정을 쏟아 냈습니다. 실소가 나왔습니다. 잠시나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등의 으레적 인사를 예상했던 쿡기자의 기대가 무색했기 때문입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전 10시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습니다. 우 전 수석이 검찰에 소환된 것은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우 전 수석의 태도는 매번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첫 번째 검찰 소환 당시 그는 "가족회사 정강의 공금 유용 혐의를 인정하느냐"고 묻는 취재진을 매섭게 노려봐 '레이저 눈빛'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얻었습니다. 국민의 질타에도 우 전 수석 특유의 고압적 자세는 여전했습니다. 특검 소환 때는 최순실씨 관련 인사 청탁 문제를 묻는 말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하며 취재진을 빤히 쳐다봤고요. 그 많은 혐의도 우 전 수석의 뻣뻣한 자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인 듯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간의 오만한 태도는 없었습니다. 기자는 쳐다보지도 않았고요. 정면을 응시하거나 바닥을 내려보는 정도였습니다. 우 전 수석의 눈빛과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구속을 우려한 반응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여전히 최씨를 모른다"고 말하는 남다른 초지일관과, 혐의부인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이죠.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팔짱을 끼던 우 전 수석입니다. '법꾸라지' '법망을 찢었다'는 표현이 모두 그를 두고 나왔습니다. 그런 그가 검찰에 출석, 카메라를 앞에 두고 "나는 죄인입니다" 말하기 만무합니다. 그래도 국민은 기대했을 겁니다. 국정농단을 방조한 책임을 느끼고, 진지한 반성과 사과를 하는 모습을 말이죠. 우 전 수석을 본 국민이 고개를 젓는 이유는 그와 같은 사람이 내각의 일원으로서 국정을 이끌었다는 씁쓸함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참담한 건 우 전 수석이 아니라 '박근혜·최순실·우병우'라는 현실을 마주한 국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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