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로타가 싼 똥에 사람들은 어떤 박수를 보낼까

[친절한 쿡기자] 로타가 싼 똥에 사람들은 어떤 박수를 보낼까

로타가 싼 똥에 사람들은 어떤 박수를 보낼까

기사승인 2017-08-04 12:02:46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여성들이 온갖 대중매체에서 성적 대상화되는 것은 유구한 일입니다. 그러나 미성년자, 나아가 어린 소녀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것은 좀 다른 일이죠. 성적 자기 결정권이 성인 여성에 비해 미숙하고, 이로 인해 각종 범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작가 로타의 사진들이 소아성애 논란에 휩싸인 이유도 위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로타는 앞서 다양한 소녀들을 사진 속에 담았지만, 그 중 유독 수동적이거나 유혹적인 포즈를 하고 있는 모델들의 사진들은 큰 논란을 낳았습니다. 이에 관해 로타가 자신의 고민을 토로했지만, 더 궁색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에서는 코미디언 김숙, 영화 저널리스트 이지혜, CEO 이여영, 변호사 김지예, 모델 이영진이 출연해 각종 여성 이슈에 관해 토론을 나눴습니다. 이 중 ‘문제적 인물’ 코너의 주인공이 바로 로타였죠. 로타는 각종 상업사진 등으로 이미 유명한 사람이지만, 그에게 가장 큰 유명세를 안겨준 것은 바로 그가 찍은 소녀 사진을 둘러싼 소아성애 논란입니다. 예쁜 소녀들의 배나 팔다리를 미묘하게 노출하며 수동적인 포즈로 찍은 사진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꼈고, 토론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부분 로타의 사진에 대해 “어린 소녀를 성적 대상화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는 의견입니다.

이에 대해 로타는 “많은 작업을 하고 있지만 유독 미소녀 사진만 이슈가 됐다”며 “오해가 있으면 풀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은 바로 잡고 싶다”고 말했죠. 더불어 사진 속 모델들에 대해 “특별한 디렉션 없이 모델이 직접 포즈를 취한 것”이라며 수동적 포즈를 해명했습니다. 이에 이여영은 “여성이 스스로 수동적인 포즈를 취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의견을 내놨지만, 로타 자신은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박혜진 또한 “소아성애 판타지가 연상된다는 의견이 있다”는 말을 꺼냈지만 로타는 “소녀 이미지로 찍었지만 모델들은 성인이고, 성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죠.

이에 오랜 시간 패션모델로 활동해왔던 이영진이 “계속 의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소아성애라는)반응이 나오지 않았느냐”며 “내가 사전 정보 없이 로타의 사진을 봤을 때 너무 놀랐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성이 티셔츠를 입으로 물고, 손은 뒤로 하고 있었다. 사전 정보 없이 봤을 때 감상자의 느낌이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한다”며 문제점을 제기했습니다. 사진작가의 의도가 어찌됐건 보는 사람에게 그렇게 보인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이영진은 로타에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사진을 찍은 것이냐”고 물었지만, 로타는 “의도가 아예 없었다”고 말해 이영진을 당황시켰습니다. 사진 콘셉트나 스타일링에 관해서는 사전 미팅을 가지기는 하지만, 사진으로 뭘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이영진은 이에 “20년간 모델을 해왔지만 사진 한 장으로 이렇게 유명해진 작가는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게나 유명해진 사진에 작가인 로타가 어떤 의도도 없었다고 대답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오해를 바로잡고 싶다며 시작한 방송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현대미술가인 앤디 워홀은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이미 유명해진 작품에 작가가 어떤 의도를 심었든, 더 이상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작가가 어떤 의도가 있든 사람들은 자신이 본 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도 되죠. 작품이 일단 사회적 약속을 해칠 수 있는 논란에 휩싸인 이상, 작가는 어찌됐든 의도를 해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어떤 의도도 없었다”는 말은 “아무 생각이 없다”는 말도 됩니다. 로타가 싼 똥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박수를 보낼까요.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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