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산업은행은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대표적인 국책은행이다. 신용등급도 국가 신용등급(무디스 Aa3, S&P AA, 피치 AA-)과 동일하다. 설립근거가 되는 한국산업은행법 1조에는 ‘산업의 개발·육성, 사회기반시설의 확충, 지역개발, 금융 시장 안정 및 그 밖에 지속가능한 성장 촉진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관리하고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설립 목적을 명시화하고 있다. 이만큼 산업은행은 국내 산업발전과 역사를 같이 해 왔다.
하지만 최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퇴직 임직원 부실관리 등의 문제로 홍역을 앓기도 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조직 쇄신, 자구노력, 정책금융기능 제고 등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하고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정진하고 있다. 혁신을 꾀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롤모델은 독일재건은행(KfW)이다. KfW는 독일연방 소유 은행으로 독일 내 경제육성과 개발도상국 원조 업무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산업 발전 중추역할… IMF 당시 ‘재건 불씨’ 자처
국내 정책금융의 시초는 1906년 세워진 농공은행이다. 이 은행은 1918년 조선식산은행에 강제합병되기 전까지 농업과 공업 발달을 위한 자금대부를 했다. 조선식산은행은 해방 후 1954년 한국산업은행 설립과 함께 해체됐다.
농공은행, 조선식산은행과 관련해서는 일제 수탈에 동조했다는 비판이 있으나 채권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 근대적인 금융기법 도입 등 경제사적으로 그 역할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1954년 설립당시 직원 939명, 자본금 419만원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을지로 현 롯데백화점 신관 자리에 있었지만 다동 관광공사 빌딩, 을지로 삼일빌딩 등을 거쳐 2001년 여의도에 안착했다. 올해 3월 기준 총자산 217조421억원, 자본금 17조5431억원, 당기순이익 690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본점은 9부문 6개본부 53부(실)로 구성돼 있다. 국내 지점은 호남, 대구·경북 등 6지역본부 77지점이 있다. 해외에도 14개 영업점 8개 사무소가 있다.
산업은행의 역사는 국내 산업발전과 함께 하고 있다. 50년대 전력, 석탄 등 기반산업의 시설 증강을 위한 재정자금에 앞장섰고, 6·70년대에는 수출산업, 중화학공업 등 기간산업 육성을 위한 개발금융의 역할을 했다. 8·90년에도 자동차, 전자산업, 반도체 등 국가 성장기반 구축에 필요한 자금 공급원 임무에 충실했다.
IMF사태 때에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대우(대우차, 대우중공업), 현대(하이닉스), LG카드 등 주요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창구로써 꺼져가던 국내 산업에 불씨 역할을 했다.
대우조선 부실책임 논란 그리고 혁신 선언
산업구조조정 첨병을 담당했던 만큼 산업은행에는 한때 132개의 산업부문(비금융)자회사가 있었다. 현재는 105개가 매각돼 27개만 남아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많은 퇴직임직원이 구조조정 기업에 내려가 부실하게 관리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 3월까지 산업은행의 퇴직 임직원 115명이 낙하산 취업에 성공했다. 분식회계 파문을 일으켰던 대우조선해양에도 재경본부장,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의 자리로 산업은행 임원이 내려가기도 했다. 대우조선의 부실 감사·관리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그룹의 CEO였던 홍기택 전 회장도 서별관 비밀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공개하면서 자신의 책임에 대해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구조조정 전면에 나선 이동걸 회장은 구조조정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무난히 이끌어 냈다. 또한 지난 10월 산업은행 혁신안을 마련, 실행함으로써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을 흑자로 전환하는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동걸 회장은 “내가 시작한 대우조선을 비롯한 산업구조조정과 산업은행의 혁신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싶다. 그것이 금융권에 오랫동안 있었던 선배 금융인으로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KfW를 꿈꾸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구조조정 역량 제고 ▲중장기 미래 정책금융 비전 추진 ▲출자회사 관리 강화 ▲여신심사 및 자산포트폴리오 개선 ▲성과중심의 인사·조직 제도 개선 ▲대외소통·변화관리 강화 등 6대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내부조직을 9부문 6본부 53부(실)로 기존보다 1부문 1부(실) 5개 지점을 축소했다.
지난 3월 전 KfW 본부장 출신 뮈씨히 박사를 초청해 특별강연을 실시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추구하는 롤모델인 KfW 인사를 초정해 정책금융의 성공사례를 배우겠다는 것.
뮈씨히 박사에 따르면 KfW는 1948년 2차 세계대전 이후 복구사업을 위해 설립된 이래 독일경제가 오늘의 발전을 이루기까지 광범위한 정책금융 역할을 담당해왔다. 특히 개도국 지원, 통독에 따른 동독 지원, 금융위기시 경기대응적 자금공급,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보호 등 민간 금융시스템이 대응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시장보완 및 선도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KfW가 성공적으로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운영 시스템상 특징으로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법적위상 확보 ▲재무역량 ▲정치적 개입이나 영향없이 경영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 거버넌스 ▲다양한 지원수단 및 전문성 등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국내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 가운데 미래신성장 지원 등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에서 KfW의 성공사례는 우리나라 정책금융의 발전방향과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독일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르겠지만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검토 및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산업은행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성장산업과 혁신형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투자개발형 프로젝트를 발굴해 글로벌 인프라시장 진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통일을 대비한 금융 관련 체계적 준비와 지원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산업은행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동반성장 등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각종 특별자금을 마련, 국내 어떤 금융사보다 관련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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