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제도 개편… 입장 다른 각계, 기싸움 '팽팽'

면세점 제도 개편… 입장 다른 각계, 기싸움 '팽팽'

특허제 수정안과 등록제·경매제 설왕설래…최종안 관건

기사승인 2018-04-13 05:00:00

면세점 제도 개선이 추진되는 가운데 기존 특허제의 수정안과 등록제, 경매제 도입 여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각 안마다 사회 각계와 이해관계자의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면세점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지난 11일 발표한 '면세점 특허제도 개선안'에는 등록제와 경매제의 부분 도입 방안이 포함됐다. 면세점제도개선 TF 위원인 정재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수정된 특허제, 등록제를 가미한 특허제, 부분적 경매제 등 3가지 개선안을 제시했다.

먼저 수정된 특허제는 특허기간을 종전 5년으로 하되 대기업 면세업자를 1회 연장 운영하게 하는 안이다. 현행과 비슷한 체제이지만 현행보다 상대적으로 고용 및 투자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 중소·중견 사업자는 2회 갱신을 허용하는 안이다. 기존의 5년 한도가 짧아 면세점 특허탈락 시 고용이 해지되는 등 악영향을 고려한 것이다. 

신규특허 발급 시에는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객관적인 기준 제시가 관건이 된다. 앞으로는 외래 관광객 수가 늘어나고 사업자 매출액이 늘어나는 2가지 경우를 충족할 경우에 발급하도록 제도화할 예정이다. 다만 특허수수료의 경우 2018년부터 처음으로 적용되어 시행 시기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추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2안인 등록제를 가미한 특허제는 일정 시점에 시내면세점 사업을 하려는 사업자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일정 기준 이상의 사업자에 대해 신규 특허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기존 특허제와 달리 특허 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시장의 자율에 맡겨 외국계면세점이 들어올 수 있고, 면세점수가 증가할 수도 있다. 

특허 신청 시기는 1년에 2차례 정도 제시하고 특허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통해 특허를 주는 방식이다. 기존 대기업 사업자의 신규 등록은 연 1회로 제한한다. 특허 발급 기준은 현행을 따르며 특허 갱신은 수정된 특허제 안처럼 특허기간을 대기업은 1회, 중소기업은 2회 갱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3안으로 부분적 경매제는 특허수수료 입찰을 통해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는 기업에 높은 점수를 주는 방식이다. 경매 시 제시한 수수료로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것이다. 면세점제도개선 TF는 특허 심사 점수 60%, 특허수수료 점수 40%를 제시했다. 특허기간은 종전처럼 5년으로 하거나 10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있다.

이 같은 부분적 경매제는 지난해 문제가 됐던 SK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의 로비 의혹처럼 각 면세업체의 로비 의혹을 전면 차단할 수 있으며 정부 측 심사도 지금보다는 매우 간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편법적인 행위를 사전 차단한다는 의미에서의 시장 선택 패러다임이다. 

이중 면세업계는 기존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되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수정된 특허제를 지지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나 학계에서는 등록제나 경매제를 지지하고 있다. 

이날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서영길 관광협회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실질적인 운영은 기존에 시행해 왔던 상태 자체가 낫지 않을까"라며 "엄격하게 평가하고 재단해서 재평가 되도록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상인 서울대 교수(경실련)은 지금까지 면세시장이 특정 대기업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며 경매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박 교수는 "1안은 기득권 면세사업자들에게 잘해주자는 안이고, 2안은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업체만 유리하다"며 "경매제는 인천공항에서처럼 리스크를 사업자가 지고, 사업능력도 스스로 평가해 책임을 지는 것으로 산업에 다이나믹스(역동성)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적극 주장했다.  

또 정병웅 순천향대 교수(한국관광학회)는 등록제를 제안했다. 정 교수는 "모든 안에 양면성이 있는데 사회와 상황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고, 예전의 적정성과 타당성에 대한 심사보다는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심사가 되어야 한다고 보아 등록제에 점수를 드리고 싶다"며 "대기업끼리의 독점은 안 되고, 수정 등록제로 가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같이 입장이 갈리는 이유는 면세업계의 경우 최대한 낙찰률은 높이면서 탈락 위험이나 수수료 부담은 피하려 1안을 지지하고, 학계나 정책업계는 공정한 심사 요건에 따른 사업자 선정과 시장의 자율적인 역동성을 중시하는 2,3안을 지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등록제의 경우에는 심사 작업이 보다 간단해지면서 지금껏 자국 면세점을 보호해왔던 국내 면세시장에서 국내 면세점들이 세계1위 사업자인 듀프리와 3위 사업자인 DFS 등과 동등한 입장에서 겨루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국내 시장에서 해외 면세사업자들이 낙찰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기존 제도보다 국내사업자에 대한 보호 수준이 떨어질 수 있으며 사업자가 매우 늘어나기 때문에 면세점 난립 가능성으로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경매제의 경우 가격을 써내야 하는 면세점이 과중한 수수료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실상 경매제인 공항공사 공항면세점의 경우에서처럼 시장 상황과 여력에 대한 예측이 빗나가 과도한 수수료에 허덕이게 될 수 있다. 

지난해 공항면세점에서 3개 점을 철수한 롯데면세점처럼 거둬들일 수익을 높게 책정한 바람에 발목이 잡혀 특허를 자진 반납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또 국가가 하는 것인 만큼 수수료 조정에 대한 부담도 있다.

다만 급격한 제도 변화가 시장의 혼선을 준다는 점에서는 현행 제도를 유지 보수하는 방향이 나을 수도 있다. 현행 제도에서 불투명한 신규 면세점 선발 기준, 5년간의 짧은 운영기간 등의 문제점만을 보완하자는 입장이다. 면세업계에서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기존의 제도를 보완하는 수정된 특허제를 선호하고 있다. 

면세제도개선 TF는 공청회에 나온 내용을 수렴해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면세업계가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특허수수료에 대해서는 보류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창조 면세점제도개선 TF위원장은 "공청회에 나온 내용을 수렴해 내용을 정하겠다"며 "다만 특허수수료에 대해서는 올해 처음 부과했고, 적정 수준을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판단을 보류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