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쌈짓돈’ ‘제2의 월급’ ‘깜깜이 예산’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의 또 다른 이름들입니다. 특활비는 현금으로 지급되지만 용도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예산입니다. 그동안 특활비는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유용 논란’이 일어왔습니다. 여기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와 신계륜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이 특활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히면서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비난 여론에 직면한 여·야는 결국 특활비를 폐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국회는 16일 특활비 폐지에 따른 제도 개선 방안을 공개합니다. 개선안에는 상임위 운영지원비, 의회 외교, 예비금 명목의 특활비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다.
그러나 폐지하기로 합의한 특활비는 국회 전체 특활비가 아닌 원내 교섭단체와 상임위원장의 특활비였습니다. 국회의장단 특활비는 삭감하는 방향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반쪽 폐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야는 지난 13일 “필수불가결한 곳에 (특활비로) 썼던 예산을 다른 항목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외빈 초청 경비, 회의·간담회 진행비 등 업무추진비와 의원외교 지원비를 현행보다 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삼모사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섭단체에 할당되는 예산을 제외한 특활비를 삭감만 하고, 업무추진비 등을 늘린다면 문희상 국회의장의 “의정사에 남을 쾌거”라는 발언이 무색해질 수 있습니다.
정당 사이에서도 특활비를 두고 온도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영수증 첨부 등 특활비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이 “명목만 바꾼 거대 양당의 기득권 챙기기”라고 일갈하며 ‘완전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특활비 혜택을 가장 많이 누려온 두 정당이 기득권 내려놓기를 머뭇거린 것이죠. 소수정당들이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특활비 폐지를 서둘러 당론화했던 모습과는 비교됩니다.
특활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5년 5월부터 국회 특활비의 지출·지급 결의서, 금액, 수령인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해왔습니다. 첫 요구로부터 3년이 지난 올해 6월이 돼서야 특활비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만큼 특활비를 향한 국민의 부정적인 시선은 계속돼 왔던 것이죠.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불신하는 세태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국회에 대한 신뢰 회복과 정치 개혁이라는 측면에서 특활비는 완전히 폐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회의장단, 상임위원회 등의 원활한 활동을 위한 비용은 공식 예산으로 편성하면 될 일입니다.
20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가장 먼저 약속한 ‘특권 내려놓기’였습니다. 국회의원들을 억대가 넘는 세비, 입법활동비, 비행기 무료탑승 등 200가지가 넘는 각종 특권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특권 중 하나라도 포기하겠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특활비 폐지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첫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