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면 오늘은 발아래 풀꽃과 흙먼지 그림자 등을 살펴보자.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걷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신기하고 새롭기도 하다. 늘 지나던 길이고 늘 보고 있는 것들이지만 물끄러미 내려다보니 새로움이 보인다. 내가 바라보던 일상이 특별하게 보일 때 그때가 바로 사진을 찍을 때이다.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보자. 내 발에 밟힌 이름 모를 풀들이 인사를 한다. 늘 지나던 길이 꽃길로 변해 나를 받들고 있다. 겸손히 고개를 숙이고 유심히 쳐다본다.
풍경이 새롭게 보인다.
아침마다 산책하는 정원에 꽃비가 내렸다. 작은 이끼위에 내려앉은 색색의 꽃잎들은 새로운 생명을 노래한다. 산책길이 꽃길이 되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태양의 각도가 낮아지면서 퇴근길에 그림자를 많이 만난다. 공터와 인도를 경계 짓는 철책의 그림자가 마치 양탄자의 문양과 같다. 양탄자를 밟고 퇴근하는 기분이 상쾌하다.
유심히 바라보라
봄햇살이 맞으며 돌계단을 오르는 순간 작은 꽃들이 인사한다. 나도 좀 봐주세요. 노란얼굴을 들고 애기똥풀이 인사한다. 한겨울을 지내고 피어나는 봄의 생명이 돌계단을 에워싼다. 가을이 무르익고 노오란 은행잎이 모두 땅에 떨어졌다. 은행잎 가득한 정원에서 석양빛 받은 내 그림자는 거인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미얀마 시골마을의 초등학교. 교실안 아이들이 벗어 놓은 샌들이 일렬로 늘어서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Tip :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것을 부감촬영이라고 한다. 부감촬영은 일반적인 시각이 아니어서 짜릿한 맛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드론카메라의 보급으로 부감촬영이 일반화 되어가는 추세이다. 지금가지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이다. 그러나 기술보다 소중한 눈높이의 이동 즉 무릎을 굻고 바닥과 가까워질수록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부감 촬영은 수평 맞추기를 잘 해야 한다. 격자기능을 활성화 하고 피사체와 카메라가 수평 되도록 조정한 후 셔터를 누른다.
크리스마스시즌 시내 한 호텔에 설치된 미니어처 기차이다. 기차운행을 구경하는 가족과 기차의 일부를 부감으로 촬영하였다.
마당의 연못이 꽁꽁 얼었다. 미처 얼지 못한 기포를 90도 상단에서 촬영했다. 얼음의 두께와 강도를 느낄 수 있고 새로운 조형이 탄생했다.
글·사진=왕고섶 작가
작가 소개
왕고섶 여행 사진가.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며, 대학에서 사진과 디자인을 전공했다. 공기업에서 30년 근무하며 사보기자, 편집장, 홍보물제작, 언론담당, 광고담당, 홍보부장을 역임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외 여행사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