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11월의 노래’에서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노래했다.
온 산과 들을 알록달록 물들인 단풍은 절정을 지날 무렵 가을비와 함께 낙엽으로 떨어지며 겨울로의 여행을 준비한다. 이제 거리엔 낙엽이 뒹굴고 우리는 가을을 추억한다.
낙엽 구르는 소리
한 여름 도심에 그늘을 만들어 준 플라타너스 잎이 거리를 구른다. ‘시몬에게 낙엽 밟는 소리가 좋으냐?’ 묻기엔 너무나 바쁜 삶이지만 이 가을을 낙엽과 함께 추억하는 것은 어떨까?
낙엽 쌓인 출근길을 걷는 시민들의 옷차림이 쌀쌀해진 날씨만큼이나 든든해졌다.(경기도 과천)
아버지 같고 선생님 같은 노스님을 휠체어에 모시고 언덕을 오르는 스님에게 낙엽 구르는 소리는 어떤 의미일까? 낙엽이 가득한 고궁으로 마실 나온 스님들(서울 경복궁)
단풍의 멋과 낙엽의 여유
궁궐은 단풍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단풍 곱게 물든 궁궐에서 책 한 권 읽으며 왕궁의 멋과 여유를 즐기는 것도 아름다운 가을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떨어지는 순간은/ 길어야 십 여초/ 그 다음은 스스로 일조차 아닌 것을...”(복효근의 시 ‘낙엽’ 중에서) 낙엽은 떨어지는 것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동서고금의 시인묵객들이 노래한 낙엽을 통해 삶의 여유를 찾아보자.
글·사진=왕고섶 작가
작가 소개
왕고섶 여행 사진가.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며, 대학에서 사진과 디자인을 전공했다. 공기업에서 30년 근무하며 사보기자, 편집장, 홍보물제작, 언론담당, 광고담당, 홍보부장을 역임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외 여행사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