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범’에 대한 가벼운 처벌이 ‘몰카’ 범죄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새벽 극우 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에 ‘여친인증’이란 이름의 비동의 불법 영상 및 사진이 연이어 게재됐다. 게시물과 조회 수가 폭주하면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는 ‘여친인증’이 오르기도 했다.
곧 ‘경찰은 일베 여친, 전여친 몰카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서 범죄자들 처벌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됐다. 청원인은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사진이 그곳에 올려져 퍼지고 있는 것과 성희롱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믿고 사귀는 남자친구도 저런 범죄행위를 안일하게 생각해 막 저지르는 사회”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지금 피해자가 당장 나와도 무엇을 할 수 있느냐. 신고와 고소를 하면 무엇이 남느냐”면서 “솜방망이 처벌에 집행유예를 받아 살고 벌금내면 여자는 평생 어디서 떠돌지 모르는 내 알몸 사진에 불안해하며 살아가야한다”고 썼다.
이틀 만에 12만여 명의 국민들이 청원에 동참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일베 사이트에 대한 내사착수에 돌입했으며, 만약 일베 운영진이 불법행위를 방치했다는 증거 발견시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꿈쩍하지 않는 모양새다. 20일 일베 사이트에는 ‘나도 인증 함 간다익이’, ‘22년차 부부 인증한다’, ‘몰카 올렸다 어쩔래’, ‘결혼사진 인증한다’, ‘와이프 몰카’, ‘여시X들 보라고 산부인과 몰카사진 올린다’, ‘와이프 말고 여친 인증 레전드’, ‘경찰들아 여친인증 간다’ 등 관련 게시물이 계속 업로드 되고 있었다.
문제가 된 게시물이 사라지는 속도보다 교묘한 방식으로 여성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게시물이 더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것. 심지어 수사를 피하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자신을 ‘법게이’라고 지칭한 한 이용자는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상세히 적어놓기도 했다.
‘몰카범’이 이처럼 의기양양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몰카범’에 대한 법원의 처벌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불법 유출 영상 등 디지털 성범죄로 법원이 처리한 사건은 7207건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809명의 몰카 범죄자가 재판을 받았다. 인신구속에 해당하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5년 동안 617건에 불과했다.
대부분 집행유예, 재산형, 선고유예 등 가벼운 처벌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몰카 범죄자 10명 중 9명이 풀려나고 있다는 말이다. 자유형을 선고받은 몰카범의 60% 이상은 1년 미만의 처벌을 받았고, 재산형도 대부분 500만 원 미만의 벌금형에 그쳤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법원의 판결은 ‘걸려도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며 “‘몰카’ 범죄는 더욱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도 “수사당국은 강력한 처벌 의지를 가지고 엄정하게 대처하여 (몰카)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