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쌀 1억 5천만원어치, 소리없이 전해!-
-선행의 선순환으로 이어져-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년 1,200여만 원 상당의 쌀 300포를 기부하고 있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새해 벽두를 훈훈하게 달구고 있다.
서울 성북구 월곡2동주민센터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20kg 포장 쌀 300포대가 도착했다. 벌써 9년째 이어지는 선행이다. 지금까지 쌀 2,700포를 전달했다. 시가로 환산하면 1억 5천만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주민들은 9년 동안 한결같이 이어지는 나눔에 감동하고 있다. 한 두 번의 이벤트로 그칠 것을 예상했던 주민센터 직원들도 9년 동안 선행이 이어지자 감동을 넘어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눈치다.
직원 모두가 새벽에 출근해 쌀 포대를 나르는 수고를 치러야 하지만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힘을 내며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짤막한 전화를 반기는 이유이다.
이맘때면 월곡2동주민센터 직원이 총동원 되어 쌀을 나르는 풍경이 9년 동안 반복되자 주민의 호기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구경을 나왔던 주민 중 일부는 아예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쌀을 나른다.
얼굴 없는 천사를 따라 나눔에 동참하는 주민도 늘었다. 나눔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쌀과 금일봉은 물론 맞춤형 생활소품을 직접 만들어 기부하기도 했다. 지역 어르신들도 나섰다. 상월곡 실버센터 관계자와 어르신 100명은 1인당 1만원씩 마음을 모아 성금 100만원을 보탰다.
곽정숙 월곡2동장에 의하면 “9년간 이어진 천사의 선행이 알려지자 이웃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나눔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쌀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기초수급자와 저소득 틈새가정 등에 골고루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얼굴 없는 선행을 하고 싶다는 천사의 뜻을 존중해 추적을 중단하기로 했다.
올해도 얼굴 없는 천사의 쌀을 전달받게 된 한 주민은 “천사 덕분에 매년 겨울을 든든하게 보낼 수 있어 고맙다”면서 “천사 쌀을 먹어서 그런지 어려운 형편이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고 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소외된 이웃들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고독감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크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많다”며 “월곡2동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우리 곁에 마음 따스한 이웃들이 있다는 정서적 지지감을 줄 뿐만 아니라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이를 돕는 선행의 선순환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왕고섶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