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어제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의 전격적인 만남이 이루어졌고, 사실상의 미북정상회담도 있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괄적 합의를 언급한 것이나 2~3주내에 실무협상을 시작한다고 밝힌 것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북핵 협상을 타개할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번 판문점 회동의 역사적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의 협상이 순항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북핵 폐기라는 본질적 목표를 이루어가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제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완화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고집하며 살라미 전술을 펼친다면 실무협상이 열려도 실질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께서 진정한 중재자 역할을 하려 한다면 이러한 북한의 태도를 바꾸도록 설득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어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살펴보면 미국은 철저하게 자국안보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전혀 없었고, 북한에 직접적 피해자인 우리나라의 안전에 대해서도 형식적인 의지표명조차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 안보와 국방을 챙기지 않는다면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과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사이에서 또 다른 차원의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런 측면에서 어제 회담에 문 대통령께서 참석하지 못한 것은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께서 대화 외에 평화를 이룰 방법이 없다고 하신 것도 안보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한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이런 우려들을 해소하고 북핵 폐기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튼튼한 한미동맹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내외신 인터뷰에서는 영변 핵시설만 폐기되면 ‘되돌릴 수 없는 단계’라고 하더니 또 이번에는 ‘비핵화의 입구’라는 사뭇 다른 입장을 내놨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폐기가 하나의 단계’일 뿐이라고 했다. 중요한 단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전혀 다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비핵화의 기본 원칙조차 불분명하고, 또 더욱이 한미 양국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의 협상에서 우리의 자리가 더욱 좁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 대표는 “우리의 원칙을 확고하게 세우고 한미 간 간극을 좁히는 것만이 북핵 폐기로 가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은 정부가 진정한 평화를 향해 올바른 길을 간다면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지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잘못된 길을 고집한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국민과 함께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북핵 폐기 협상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안보와 동맹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대통령과 정부가 올바른 길을 선택해 가주실 것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