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차량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 소비자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해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등 수입‧제조사들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는 폴크스바겐, 아우디 차주 등이 폴크스바겐그룹,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판매사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차량 제조사(폭스바겐 아게‧아우디 아게)들과 국내 수입사(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공동해 원고들에게 차량당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한 판매사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소송비용은 배상받는 경우라도 원고가 95%, 피고가 나머지를 부담하도록 했다.
지난 2015년 미국에서 폴크스바겐그룹은 불법 소프트웨어를 이용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처리장치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다. 폴크스바겐그룹은 기준치의 최대 40배가 넘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대신 연비 등 성능이 향상된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나,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도 2015년 9월부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소송을 낸 소비자들은 수천명에 달한다. 소비자들은 “해당 업체들이 적은 배출가스로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휘발유 차량보다 연비는 2배 가량 좋다고 광고해 이를 믿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동종의 휘발유 차량보다 고가에 차량을 사게 했다”면서 차량 매매계약 자체를 무효로 하고 대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번 이슈로 인해 소비자들이 정신적인 충격과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며 정신적 손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일반 소비자들은 대형 업체들의 광고를 신뢰하고 그 신뢰에 기초해 (구매 시) 안정감과 만족감, 약간은 자랑스러운 마음도 가진다. 이를 심대하게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들은 적극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저버렸고, 위법 행위의 강도도 센 데다가 리콜 또한 미국과 달리 여론에 떠밀려 했다. 이번 차량 관련 부정 이슈는 일반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정신적인 손해를 입혔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일반 소비자들은 고가의 대금을 지불하는 차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가치를 따지게 되고, 이에 따른 만족감이 꽤 강하다. 그러나 이번 이슈로 소비자들은 상당 기간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고 주변으로부터 환경 오염적인 차량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어 불편한 심리 상태를 갖게 됐을 것”이라고 봤다.
또 소비자 선택권 침해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만약 인증이 위법하다는 것을 알면 차량 매수를 주저하거나 재고할 수도 있었을 테니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증의 적법성 여부가 차량 선택에 영향을 끼치거나 차량의 하자로 볼 수 없고, 매매 계약을 취소할 정도로 불법 행위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 재판분의 판단이다. 따라서 재산적 손해는 전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동차가 인증을 적법하게 받지 않았더라도 성능면은 양측이 다투지 않고 있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인증 기준으로 삼은 것은 품질 보장이 아닌 환경보호가 목적이고, 소비자들이 이를 구매 요소로 삼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2015년 11월 인증 취소를 기준으로 이전에 차량을 소유하거나 리스한 원고 모두에게 적용되지만, 이후 차량을 구매한 원고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판결을 적용받는 차량은 리콜된 유로-5 배출가스 기준(질소산화물 배출량 0.18g/㎞ 이하)을 적용받는 폭스바겐 티구안·아우디 A4 등 디젤 차량 15종이다. EA 288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량은 제외했고, 미국 폭스바겐 측에서 제조한 '파사트'의 경우 국내 수입사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손해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