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선거가 민주당의 패배로 끝나면 정신들 차릴까요? 아니죠. 그때는 패배의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겠죠. 제일 만만한 희생양은 정의당. 그리고 입진보들 탓도 할 겁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지나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이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양정철의 시나리오들은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30석을 얻는다는 가정에 기초해 있습니다. 이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판세분석을 한 후에 자기들이 보기에 가장 개연성 있는 결과로 보는 수치겠지요. 그 자신감에서 굳이 중도층에 호소하지 않고 열성적 지지자들만 데리고도 충분히 승리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실제로 ‘중도층’이 과거에 비해 얇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진보언론이나 시민단체, 진보적 지식인들 중에서 ‘심판’의 역할을 하던 이들이 급속히 줄어들었잖아요. 심판을 봐야 할 사람들이 선수가 돼서 아예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간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작년부터 민주당이 뻔뻔한 짓을 거듭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버젓이 저지르는 것은, 어차피 반칙을 해도 휘슬을 불어 옐로우 카드를 던져줄 계층의 힘이 현저히 약화됐기 때문입니다. 이낙연이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이라고 했던 것도, 어차피 이제는 진영 내에서 비난할 사람도 별로 남아 있지 않고, 설사 내부에서 비난이 나와도 오래 가지 못할 터이니 무시해도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겁니다. 정치가 국가공동체를 위해 이념과 정책, 비전을 실현하는 윤리적 결단이 아니라 기득권 재창출을 위한 공학적 결정의 문제로 전락한 거죠”라고 분석했다.
진 전 교수는 “이번 선거가 민주당의 승리로 끝난다면 아마 이 경향은 더 가속화할 겁니다. 민주당은 더 뻔뻔해지고, 문빠들은 더 극성스러워지겠죠. 그럼 선거가 민주당의 패배로 끝나면 정신들 차릴까요? 아니죠. 그때는 패배의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겠죠. 제일 만만한 희생양은 정의당. 그리고 입진보들 탓도 할 겁니다. 자기들은 늘 옳으니, 잘못은 다른 사람들이 해야 하는 겁니다. 아무튼 총선 후에는 미뤄뒀던 검찰수사가 속개될 겁니다. 이번엔 아예 대통령이 걸려 있으니, 또 한 바탕 난리가 나겠죠. 레임덕이니 뭐니 따지기 이전에, 대검찰 방어전을 위해서라도 선거에서 꼭 이겨야 할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대통령 ‘탄핵’ 얘기는 그냥 엄살일 뿐이고, 현실적인 것은 총선 후에 재개될 비리수사에 대한 위기의식이라고 봅니다. 의회 다수의석을 내주면 그 싸움에서 정말 위험해 지거든요. 검찰을 압박할 힘을 잃어버리면, 그 칼날이 아무 견제 없이 정권실세들에게 그대로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렇게들 안면 몰수하고 무리수를 두는 거겠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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