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정의당 단상. 설사 작년에 정의당이 조국 임명에 반대했더라도 지지율은 바닥을 찍었을 겁니다. 당시에 조국의 이름을 데스노트에 올리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거라는 것은 다들 예상했고, 그래서 그때 나한테까지 도와달라고 한 거겠죠. 그때 맞아야 했던 폭풍을 지금 맞는 것뿐입니다. 다만 그때 폭풍을 맞았더라면, 진보정당으로서 정의당의 이름에 흠집이 나지는 않았을 것이고, 지금쯤 얻어맞은 상처로부터 어느 정도 회복된 상태겠지요.”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이 밝혔다.
진 전 교수는 “과거에는 교차 투표층이 있었지요. 보수를 막으려 어쩔 수 없이 지역구에선 민주당을 찍어도, 그 압박에서 자유로운 정당투표에서는 정의당에게 표를 던지는 계층. 민주당과 정의당을 오가는 일종의 스윙보트 층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진영정치를 강화하면서 이 계층이 사라져 버립니다. 더 큰 질량을 가진 민주당의 중력에 끌려가 버린 거죠. 앞으로 진영정치는 더 심해질테니, 과거로 돌아갈 생각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지층을 확산하겠다고 진보의 노선과 원칙에서 벗어나 오른 쪽으로 움직이는 전략의 한계가 드러난 겁니다. 스윙보트 층의 표를 얻으려 제 노선을 버릴 게 아니라, 제 노선이 왜 옳은지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정도인데, 당장 눈앞에 보이는 표에 눈이 어두워 정당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이 노력은 접어두고, 그저 정치공학적 계산에 행동을 맞추어 온 게 뼈저린 실수죠. 이제라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총선이 끝나고 코로나 사태가 잠담해지면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 펼쳐질 겁니다. 시민단체를 비롯하여 과거에 시민사회를 이루던 이들의 다수가 어느새 민주당과 이익의 유착관계를 맺고 지배블록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했습니다. 하지만 그로써 ‘정의’와 ‘공정’에 대한 요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것을 부르짖던 놈들이 사라졌을 뿐입니다. 비리와 부패와 특권이 존재하는 한, 정의와 공정은 목소리를 내줄 누군가를 기다립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총선이 끝나면 남은 사람들을 모아서 무너진 진보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어느 새 ‘진보주의자’라고 말하고 다니는 게 부끄러운 세상이 됐습니다. ‘진보’라는 이름이 너무 더럽혀졌습니다. 진보정당이라면 유권자들이 ‘나는 진보주의자이며 진보정당의 지지자’라고 떳떳하게,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닐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유권자들에게 거대양당을 제치고 자기들을 지지할 ‘이유’를 제공해줘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