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장마도 막지 못한 코로나19 방역전사들의 독도사랑

(르포) 장마도 막지 못한 코로나19 방역전사들의 독도사랑

하늘이 허락한 단 15분…“아쉽지만 독도를 가슴에 품기엔 충분해”

기사승인 2020-07-28 17:56:47
▲ 독도재단 ‘우리 땅 독도밟기’에 참가한 코로나19 방역전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태욱 기자
[울릉=쿠키뉴스] 최태욱 기자 =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내린 28일 오전 경북도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사동항.
군복을 입은 장병을 포함한 50여 명이 먹구름이 덮인 하늘을 원망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지난 27일 경북 울진에서 출발해 울릉도에 도착한 이들은 독도재단의 ‘우리 땅 독도밟기’에 참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전사들.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인 포항·김천·안동의료원을 비롯해 경상북도종합자원봉사센터, 제5군수지원사령부 등에서 모였다.

▲ 장맛비가 내리는 28일 오전 사동항에서 독도평화호에 타고 있는 탐방단. 최태욱 기자
◇하늘이 허락해야 오를 수 있는 독도
2박 3일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독도재단이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장병, 자원봉사자 등을 위해 마련했다. 

울진 후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탐방단을 배웅한 독도재단 신순식 사무총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코로나19 검사와 확진자 치료에 앞장선 의료진과 의무 물품 수송에 힘써 준 군 관계자, 그리고 이웃들을 위해 방역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친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경북이 코로나19 사태를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코로나19로부터 우리나라를 구해낸 분들에게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 독도 체험과 울릉도에서의 힐링을 선사하고 싶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8시 20분 탐방단을 태운 울릉군 행정선 독도평화호가 사동항을 출발했다.

배에 오르기 전 신분증 확인과 함께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발열 체크 과정을 거쳤다.

독도 단체 티셔츠를 입고 승선한 일부 탐방단은 자리에 앉자마자 독도재단에서 나눠 준 ‘I ♥ 독도’란 문구가 새겨진 수건을 꺼냈다.

독도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 독도 사랑 퍼포먼스를 펼치기 위해 독도재단이 나눠준 기념품이다.

하지만 일찌감치 전해온 장마 예보, 밤새 내린 비, 독도평화호 창밖으로 보이는 회색빛 바다는 독도 입도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만들었다.

궂은 날씨로 접안이 힘들어지면 독도를 밟아보지 못하고 돌아가야 된다는 아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듯 했다.

사동항을 떠난지 2시간 40분이 지나자 드디어 대한민국 최동단의 섬 독도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탐방단은 독도와의 첫만남을 깊이 간직하려는 듯 창밖으로 보이는 독도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불과 2시간 전만 해도 장맛비가 내리던 궂은 날씨가 개기 시작하면서 잿빛 하늘이 코로나19 방역전사들의 독도 접안을 허락했다.

▲ 동도 선착장에서 서도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김천의료원 탐방단. 최태욱 기자
◇짧은 15분의 독도 체험이 준 긴 여운과 감동
그러나 허락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너울이 심해 힘겹게 접안에 성공한 독도평화호와 탐방단의 안전을 위해 독도경비대에 전달할 물품을 내리는대로 곧바로 출항키로 결정한 것이다.

탐방단은 서둘러 독도 선착장에 내렸다. 대한민국 고유 영토 독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여기저기서 감격에 겨운 탄성이 들렸다.

동도와 서도를 배경으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면서 독도와의 만남을 만끽했다.

울릉도에서 왕복 6시간 가까이 배를 타고 독도에 처음 오른 탐방단에게 15분이란 시간은 너무 짧았다. 

‘기상 악화로 서둘러 배에 타야 된다’는 독도평화호 선원들의 독촉에 탐방단은 아쉬움을 남겨둔채 발길을 돌렸다.

김천의료원 김현진 간호사는 “독도에 처음 왔는데 머무는 시간이 짧아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3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다’는 독도를 밟아본 것만으로 만족한다”며 “늠름한 독도경비대원들의 모습과 빼어난 독도의 절경을 잊을 수 없어 기회가 된다고 가족들과 다시 독도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983년 신혼여행을 시작으로 모두 4번의 울릉도 여행 끝에 처음 독도에 오른 포항의료원 이순 진단검사과장(코로나19 감염관리실장 겸임)은 ‘독도야 놀자’란 단어로 재치있는 오행시를 만들어 감격의 마음을 전했다.

이순 과장은 “짧아서 아쉬움이 큰만큼 기분이 흐믓하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의 모든 의료진들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국민들의 격려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독도재단이 울릉도와 독도 체험 기회를 줘 의료진으로서 다시 한 번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 독도재단 ‘우리 땅 독도밟기’에 참가자들이 울릉도의 주요 관광지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태욱 기자
더 많은 코로나19 방역전사들이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렸다.

경상북도종합자원봉사센터 김태우 팀장은 “개인적으로는 4번의 도전 끝에 처음 독도를 밟아볼 수 있어 큰 자긍심을 느끼지만 경북도 23개 센터 중 일부만 이번 행사에 참가해 함께하지 못한 센터 분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크다”며 “독도를 직접 체험하는 것만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과 독도사랑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지난 1월부터 6월 말까지 4만 4000여 명의 경북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코로나19 방역과 자가격리자 물품 지원, 면마스크 제작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며 “더 많은 봉사자들과 이들을 관리하는 센터 직원들에게도 독도 탐방 기회가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제5군수지원사령부 탐방단이 서도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태욱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지난 2월부터 방호복과 마스크 등의 의무 물품 수송을 도맡아 온 육군 제5군수지원사령부(5군지사) 탐방단의 감격은 남달라 보였다.

5군지사 천성호(대령) 참모장은 “동도 선착장에만 머물고 진짜 독도 땅을 밟아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궂은 날씨에 잠시라도 독도에 오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목선을 타고 독도에 온 우리 선조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천 참모장은 또 “이번 ‘우리 땅 독도밟기’에 함께한 모든 5군지사 장병들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하고 돌아간다”며 “이런 멋진 기회를 준 독도재단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 탐방단이 독도박물관에서 독도의 역사와 생태계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최태욱 기자
지금도 경북의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고 있는 안동의료원 김영종 시설부장은 독도에 오른 소감과 함께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했다.

김 부장은 “독도재단 덕분에 독도를 밟아 보고 울릉도에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동안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헌신한 의료진이자 경북도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확진자들이 하루 빨리 쾌차해 퇴원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독도박물관과 독도전망대에 이어 이날 오후 울릉도·독도국가지질공원 등을 방문한 탐방단은 오는 29일 나리분지 등을 둘러본 뒤 울진 후포항여객선터미널로 돌아갈 예정이다.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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