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이동 경로에 놓인 제주, 부산, 전남, 경남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3일) 새벽 부산에 상륙한 마이삭이 세력이 약해지지 않은 채 경북으로 북상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3일 오전 3시 기준 부산 북북서쪽 약 40km 부근 육상에서 시속 54㎞로 북북동진 중이다. 중심기압은 960hPa, 최대풍속은 초속 39m/s의 강한 비바람이 불고 있다.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제주와 부산, 전남, 경남 지역에 강한 바람과 많은 비가 몰아쳤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일 제주에는 순간 최대풍속 49m가 넘는 강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한라산에는 최고 100mm 이상의 폭우가 내렸다. 제주시 고산에서 측정된 바람은 초속 49.2m의 강풍이었다.
제주시에는 폭우에 만조 현상까지 겹쳐 해안 부근 마을인 제주시 삼도 119센터 인근 저지대 마을이 침수됐다. 또 서귀포시 중산간서로 색달 구간에서 버스 등 차량 8대가 침수된 채 고립됐으며 강풍에 가로수가 꺾여 쓰러지면서 인근 주차된 차량을 덮치는 사고도 일어났다.
제주를 지나 부산 상륙 이후에도 전남과 경남에 걸쳐 강풍 피해를 남겼다.
이날 오전 2시17분경 부산 해운대구 미포선착장 방파제에 50대 남자가 들어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왼쪽 다리가 골절됐다. 또 해운대구 한 편의점 앞에서 바람에 흔들리던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잡으려던 60대 남성이 쓰러지는 냉장고에 기절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동서로에 있는 5m 높이 구조물이 쓰러지고 강서구 체육공원 앞 컨테이너가 밀리면서 각각 도로가 마비되기도 했다.
경남 창원시에서는 주택 외벽이 파손됐고 용원어시장 일대는 바닷물이 넘쳐 침수됐다.
여수·순천, 고흥, 완도, 강진, 영암 등 전남 곳곳에서 간판 등 시설물 파손과 가로수 전도 등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정전 피해도 속출했다. 제주에만 3만6000여가구, 경남 2만여가구, 부산 3800여가구 등 6만4000여 가구가 강풍에 정전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경남 지역의 1만5000가구는 아직 복구가 안 돼 어둠 속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정상적인 전기 공급은 날이 밝거나 태풍이 완전히 한반도를 빠져나간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늘길과 바닷길은 물론 도로와 철로도 모두 막혔다.
제주공항 등 11개 공항에서 450여편의 항공기가 결항했고 여객선 역시 51개 항로에서 82척의 운항이 통제된 상태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와 을숙도대교, 광안대교 등 도로 곳곳이 통제됐고, 부산 동서고가도로와 부산 외곽순환선 낙동강대교도 통행이 제한됐다.
또한 이날 정오까지 경부선 등 철도 7곳 노선에서 KTX와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열차 41편의 운행이 중지하거나 일부 구간만 운행될 예정이다.
피해 지역에 있는 시민들은 SNS와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련 영상과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바비(직전 태풍)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이삭은 진짜다" "무서워서 잠을 잘 수 없다" "가게가 걱정돼 새벽에 출근했는데 가게 주변이 엉망" 등의 게시글로 마이삭의 위력을 알렸다.
마이삭은 경북 내륙 지역을 통과한 뒤 이날 오전 9시 강릉 북쪽 약 130km 부근 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후 북한 청진 북서쪽 부근 육상에서 점차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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