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박물관, ‘반세기 숙원 사업’ 매듭 풀다

영남대 박물관, ‘반세기 숙원 사업’ 매듭 풀다

70년대 발굴 경주 고분 유물 정리에 나서
전국 대학 박물관 제안으로 42억 예산 배정 
2023년까지 미보고 유물 등록·정리 후 보고서 발간

기사승인 2020-09-10 10:33:08
▲ 영남대 민속촌에 이전 복원된 ‘경주 인왕동 고분’. 영남대 제공

[경산=쿠키뉴스] 최태욱 기자 = 경북 경산에 소재한 영남대학교 캠퍼스에는 경주에 있어야 할 적석목곽분(돌무지덧널무덤)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1977년 발굴한 ‘경주 인왕동 고분군’을 영남대 민속촌에 통째로 이전해 복원한 것이다. 

당시 발굴에서 2262점에 달하는 귀한 유물이 함께 나왔고, 그 중 대부분의 유물이 현재 영남대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신라 시대의 소중한 유물이 수십 년 간 영남대 박물관에 잠들어 있는 것이다. 

무슨 연유일까? 해방 후 우리나라에는 발굴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드물었다. 

당시 영남대 박물관은 국가를 대신해 수많은 경주 고분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 중 하나가 1977년 발굴한 ‘경주 인왕동고분군’이다.

영남대 박물관은 1970년대 정부의 ‘경주종합개발계획사업’과 관련해 ‘황남동110호분’(1973년 발굴), ‘미추왕릉지구 고분군’(1973~74년 발굴) 등의 연합 발굴에도 참여했다. 

이 발굴에서도 2000점에 가까운 중요한 유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당시는 유물의 국가귀속과 보고서 작성에 관련된 지침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결국 이들 유물 발굴 사업은 현장발굴과 간단한 보고서 제출로 마무리되며 47년간 미완의 사업으로 남게 됐다.

근 반세기 동안 잠들어 있던 유물을 깨운 것도 영남대 박물관이다. 

▲ 영남대 박물관 학예사가 소장 유물을 정리하고 있다. 영남대 제공

영남대 박물관은 2017년부터 ‘미보고 발굴유물’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학계와 정부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렸다. 

2018년 8월 열린 ㈔한국대학박물관협회 총회 및 학술대회에서 영남대 박물관은 ‘매장문화재 미정리 유물 보존 및 활용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면서 학계가 뜻을 모았다. 

이후 영남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 박물관이 함께 문화재청에 제안했고, 문화재청은 정부에 관련 예산을 요구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드디어 올해 정부와 국회가 나섰다. 전국의 대학 박물관에 잠자고 있던 ‘매장문화재 미정리 유물 보존 및 활용’ 사업에 42억 원의 예산이 배정돼 국회를 통과했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예산 지원을 받아 낸 것이다.

영남대 박물관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미보고 유물에 대한 유물등록과 정리, 종합보고서 발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주 ‘황남동110호분’, ‘미추왕릉지구 고분군’, ‘인왕동 고분군’ 유물 뿐 만 아니라, 경산 ‘임당동 고분군’(1982년 발굴), ‘조영동 고분군’(1989~1990년 발굴) 유물까지 이번 사업에 포함됐다. 

정인성 영남대 박물관장은 “이 사업을 통해 1970년대 이후 발굴한 유물의 정리는 물론, 자연과학적인 복원, 보존처리, 유물 실측 및 일러스트, 사진 촬영 등의 작업을 수행하게 됐다. 드디어 종합보고서를 발간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며 “후속 사업으로 특별전과 세미나 개최도 계획 중이다. 이번 사업의 성과를 연구와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학계는 물론 지역사회와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