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로운 법무부 장관으로 한동훈 사법연구원 부원장을 내정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을 무력화하려는 조치로 해석했다.
1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두고 첨예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이 가운데 윤 당선인이 한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한 부원장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당시 최측근으로 분류된 인사다. 그는 지난 2003년 특별수사 핵심부서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발령나면서 삼성과 현대차, SK 등 국내 대기업의 비리 수사를 담당했다.
민주당은 한 부원장의 내정이 ‘검찰 공화국’을 만드는 첫걸음이라면서 강력히 반발하는 상태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3일 브리핑을 통해 “검찰 공화국으로 가는 서막이 열렸다”며 “상상을 초월하는 인사 결과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언유착 사건 핵심 피의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검찰의 정치개입을 노골화한 것”이라며 “한 부원장에 대한 무리한 무혐의 처분도 이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문재인 방탄법’을 만드는 것이라고 공세수위를 높였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12일 “대장동 게이트,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울산시장 선거개입, 법인카드 소고기 횡령을 영원히 덮고 범죄자가 판치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검수완박이 필요했으면 지난 1월 검경수사권 조정을 하는 것이 아닌 검수완박을 추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부원장의 법무부 장관 내정은 현 정권 수사를 위한 카드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상설특검’이 시행될 경우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조국 전 장관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한 부원장 인선 요인 6가지를 언급했다. 조 전 장관은 “대통령의 심복 중 심복으로 폐지될 민정수석을 겸하는 법무부 장관이 될 것”이라며 “검찰 내부 윤석열 라인의 새로운 수장으로 기록이 남지 않는 비공식적 수사지휘를 할 수 있는 법무부 장관이 된다”고 말했다.
또 “검찰 인사권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 권한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수사기소 분리 입법 후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 역시 법무부 장관 산하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사기소 분리 성사와 무관하게 상설특검을 발동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 A씨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한 부원장을 기용한 효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인 특검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법무부 장관의 권한 중에는 ‘상설특검’이 있다”며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동의나 의견 수렴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시행해도 현 정부에 대한 수사를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다”며 “한국형 FBI로 언급된 ‘중수청’이 만들어져도 이 역시 법무부 장관 산하로 들어가게 된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는 민주당의 행보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수완박’을 지난해 1월 검경수사권 조정 당시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현재 강하게 밀어붙이는 점을 설명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충분히 ‘검수완박’을 할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반대를 이유 삼기엔 무리가 있다”며 “민주당이 갑작스럽게 추진하고 있는 모습은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 실패 이후 또 다른 기관을 설립하는 것 역시 국민적 공감을 받기 어렵다”며 “공수처는 설립 이후 민간 통신기록 사찰과 실적 저조 등의 문제점을 지적받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부원장이 법무부 장관에 올라간 후에는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헌법 논란도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 문제를 제기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의당도 반대 입장을 내는 등 다양한 계층에서 반발이 일어나는 문제를 공당이 서두른다는 것은 제대로 된 상황인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며 “반발 속에서도 서두르고 강행하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