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사면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재계의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도 사실상 물건너 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9일 구속된지 207일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5년간 취업제한으로 온전한 경영활동을 하지 못했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 투자 등 경영차질 우려가 나온다.
2일 정치권 등 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임기말 마지막 사면권 행사를 고심했지만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지난해 8월 법무부 가석방 위원회는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가석방 했다.
문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 불발로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재계는 우려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값 급증,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위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5년 간 취업 제한으로 제대로된 경영활동을 펴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다.
이에 삼성전자는 미래 투자에 적신호가 커진 상황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지만 이렇다할 투자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7년 전장 기업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투자는 전무한 상태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 협력회사 협의회 '협성회'는 지난달 29일 청와대와 법무부에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당면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서야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복권을 통해 기업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힌바 있다.
협성회는 그러면서 "이 부회장의 리더십 부재로 기업 중장기 사업 계획과 수립, 투자 판단 등에 큰 혼란이 야기돼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영 공백에 따라 많은 협력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한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사면 찬반 의견을 집계한 결과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찬성 68.8%, 반대 23.5%로 찬성 의견이 많았다. 문 대통령은 그간 사면에 대해 국민 여론를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강조해 왔다.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