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광호(60) 전 서울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8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전날 오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약 2년 만, 김 전 청장이 기소된 지 약 9개월 만이다. 김 전 청장은 이태원 참사 대응과 관련해 기소된 경찰 간부 중 최고위직이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당일 당직자였던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과 정대경 전 112 상황팀장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관련 규정이나 매뉴얼은 여전히 상당히 추상적이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고 재난 예방에 대해서 경찰 조직 전반이 적극적이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사고 발생이나 확대와 관련해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이나 인과관계가 엄격히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서울경찰청 관련 부서와 용산경찰서에서 제출한) 보고서나 문자 메시지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피고인으로서는 2022년 10월 28~30일 이태원 일대에 다수 인파가 집중될 것이라는 내용을 넘어 ‘대규모 인파사고가 발생할 여지도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나 관련 대비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이 핼러윈 축제에 앞서 서울청 내 부서장과 경찰서장 등에게 점검과 대책 마련을 지시한 점에 대해선 “전체적인 내용과 조치를 보면 합리적 수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지시에 불과했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데이 다중 운집 상황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고 지휘·감독 등 필요한 조치를 다 하지 않아 참사 당일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일 112상황실의 당직 상황 관리 업무를 총괄했던 류 전 관리관과 정 전 팀장은 112 신고가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확인을 충실하게 하지 않고 뒤늦게 상급자에게 보고해 참사를 키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치안정감이던 김 전 청장은 이태원 참사 대응과 관련해 징계(정직) 처분을 받음에 따라 지난 6월 의원면직(사직) 처리됐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 류 전 과장과 정 전 팀장에 대해선 각각 금고 3년, 금고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을 지켜본 유족들은 무죄 선고가 내려지자 법정에서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유족들은 이날 선고 전 김 전 청장을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서부지법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