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특사' 이위종 지사의 손녀이자 이범진 초대 주러시아 대한제국 공사의 증손녀인 류드밀라 예피모바씨가 러시아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유족 측과 주러시아대사관이 26일 밝혔다.
유족은 “그녀는 건강한 마음과 활력, 삶에 대한 관심을 가진 나이에 있었지만 고령에 따른 질병은 그녀에게 삶을 계속할 기회를 주지 못했다”고 전했다.
생전 예피모바씨는 화학 엔지니어로 항공산업연구소에서 평생 일했다. 1995년에는 러시아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를 주도적으로 창설해 활동했으며 독립 투쟁을 다룬 다수의 방송 인터뷰와 집필에 참여했다.
예피모바 씨는 2015년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특별귀화 형식으로 딸 율리야 피스쿨로바씨와 함께 한국 국적을 부여받고 여권도 받았다.
그의 할아버지 이 지사는 이범진 공사의 둘째 아들로, 러시아 귀족인 놀켄 남작의 딸 엘리자베타와 결혼해 3명의 딸을 낳았다. 예피모바씨는 그 중 둘째 딸의 후손이다.
이 지사는 외교관인 부친을 따라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 자라면서 영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외교관으로 일했고,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로 파견됐다.
일본의 방해와 각국의 무관심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특사 일행은 일제의 침략을 폭로하고 을사늑약의 무효임을 역설했다. 이후 이 지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오가며 항일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그의 최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영결식은 27일 모스크바의 한 교회에서 유족과 이도훈 주러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