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 무엇이든 내어줄 수 있는 존재, 사랑과 헌신의 다른 이름 그 특별한 관계를 우리는 가족이라고 부릅니다. 무례한 부탁이나 무리한 강요도 가족이란 테두리 안에서는 달라집니다. 이해해야 하는 사정, 함께 이겨내야 하는 고통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돈, 대출, 명의도용, 빚. 가족 품에는 무엇이든 담기고 이들이 나눈 피가 닿으면 모든 게 희석됩니다. “지금까지 모은 돈을 아빠, 엄마가 달라고 해요.” “부모님이 대출을 받아 달라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빚 권하는 부모. 자녀는 거절하고 싶지만, 가족 간의 관계 그리고 사회 인식 탓에 쉽지 않습니다. 원치 않은 빚을 진 청년들. 이들의 고통은 집안일로 치부돼 조명 받을 수도 없습니다.
단지 불행한 몇 명의 이야기일까요.
어디에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 청년들이 찾은 곳은 익명의 온라인 공간이었습니다. 쿠키뉴스는 부모의 금전·대출 강요로 고민하는 청년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린 글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공개한 판례 등을 살펴봤습니다.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총 2997건의 사례를 수집하고, 이 중 유의미한 게시글 155건을 다시 모아 심층 분석했습니다.
‘대체 왜 빌려주지? 힘들다고 하고 거절하면 되잖아’ 라고 생각하셨나요? 자신의 사정이 아닐 땐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쿠키뉴스는 지난해 10월 17일부터 31일까지 2030세대 청년 104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부모로부터 금전·대출 요구를 받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물었습니다.
부모님이 목돈을 요구하면 빌려줄 수 있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대다수 청년이 “빌려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부모님이 대출을 해서라도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부모에게 돈을 주겠다고 답한 청년 비율은 감소했습니다.
이미 빌려준 적이 있는데, 재차 빌려줄 수 있다는 청년의 숫자는 더 적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출을 받아서 혹은 신용카드를 건네면서 부모에게 돈을 준 청년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단순히 ‘사정이 딱하다’, ‘나쁜 부모네’라고만 치부할 수 없습니다. 이 안에는 뿌리 깊은 가족주의, 사회 인식 배경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피해 청년을 힘들게 만든 건 죄책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간청, 부탁으로 시작한 금전 요구는 시간이 지나면서 폭력과 위협으로 바뀌었습니다. 쿠키뉴스가 만난 피해 청년들은 돈을 줄 때까지 고통이 계속됐다고 말했습니다.
카드를 옆으로 넘겨보세요.
해외는 어떨까요. 외국에도 부모의 금전 요구로 고통 받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피해를 ‘경제적 학대’로 규정합니다. 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피해자를 돕습니다.
한국에서 경제적 학대는 법으로 정의돼있지 않습니다. 현황 파악부터 피해자 보호와 지원책 마련, 가해자 처벌 모두 제한적입니다. 자식에게 대출을 강요하거나 자식의 명의를 도용해 돈을 빌려도 부모를 제지하거나 처벌할 근거나 수단이 미비합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피해자들은 고통을 혼자 감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선에서 경제적 학대 청년을 만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들을 향한 관심과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자녀나 부모를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 부채로 악화한 재무 상태를 살펴줄 통합 기관, 피해청년 상담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경제적 학대로 고통받는 청년들의 채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가 경제에도 영향이 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내가 경제적 학대 피해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쿠키뉴스 [자식담보대출]이 본인 이야기 같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지금, 이 순간에도 고민이 깊을 당신에게 도움 될 대응법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버튼을 누르면 국회 청원 사이트가 열립니다. 부모의 금전 요구로 고통받아온 한 피해 청년이 경제적 학대 또한 가정 폭력 안에 포함하는 법안 개정과 사회 인식 환기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렸습니다. 여러분의 뜻도 그와 같다면 함께 힘을 모아주세요.
여러분이 경험했거나 보고 들은 부모-자식 간 경제적 학대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