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은 같은데 월급은 달라요
수도권은 44만5000원. 전국은 64만3650원. 20만원 가까이 차이 난다. 온라인 에어컨 판매·설치 비용은 수도권이냐 그 외 지역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물자는 서울로 몰린다. 지방에서 나는 농산물도 때로는 서울을 거쳐 다시 지방으로 내려온다.
“지방이나 서울이나 물가는 결국 비슷하지 않나요? 집값 빼면 다르지 않아요. 커피숍, 치킨집, 편의점. 프랜차이즈 가격은 똑같잖아요” 전남 순천에 거주하는 채종일(33)씨는 지방 물가 수준을 묻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어디를 가나 4500원이다. 지방이라고 저렴하지 않다. 더 비싼 품목도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물가정보공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외식비 평균 가격 중 김치찌개백반은 7423원이다. 제주 8750원, 충남 8300원, 전북 8250원, 강원 8000원 등이다. 서울보다 싼 곳은 울산 7400원, 전남 7222원, 부산 7357원 등 6곳에 불과하다.
지방 청년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광주에 사는 박주영(28·가명)씨. 지난 6월 식비로 47만8716원을 썼다. 식비는 대부분 저녁 비용이다. 아침은 먹지 않고, 점심은 회사에서 해결한다. 직접 요리를 하지만 배달 음식도 종종 시켜 먹는다. 주거 및 통신 비용은 17만4170원이다. 통신비 8만원, 전기료 등이 포함된 오피스텔 관리비 9만원 가량이다. 전세로 거주해 주거비는 더 들지 않는다. 편의점·마트·세탁비 등 생활비가 22만2160원, 카페·간식 14만5600원, 온라인 쇼핑 10만7190원, 경조·선물 3만7000원 등이다. 이달 총 지출은 202만911원이다.
지방에서 생활해 드는 비용도 있다. 유류비와 보험 등 자동차 관련 지출이다. 수도권 외곽에 거주하는 이유림(여·33·가명)씨. 본가로 내려오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운전면허를 따고 중고차를 구매한 것이다. 직장과 집을 오갈 교통수단은 마땅치 않다. 자차가 없으면 취업이 되지 않는다. 버스는 1시간에 1대. 지하철은 없다. 상경해 혼자 살 때보다 식비·주거비는 줄었지만 매달 20만원 이상의 유류비가 추가됐다.
문제는 지방 소득이다. 지방 청년 소득은 수도권보다 현저히 낮다. 지난해 기준, 서울 근로자 평균 총급여액은 4657만원이다. 울산과 세종,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모두 3400~3900만원대다. 가장 낮은 제주는 3419만원이다. 강원 3522만원이다. 서울과 비교해 연봉이 1100만원 가량 차이난다. 도시와 농촌으로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농촌 청년(만 19~39세)의 월평균 가구 소득은 도시 청년보다 215만원 적었다. 같은 직업, 경력이라도 지방에 내려오면 소득은 줄어든다. 대전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박유진(여·31)씨는 몇 년 전 상경했다. 비슷한 경력의 서울 개발자와 연봉 차이가 500만원 이상 난다는 사실을 듣고 ‘현타’가 왔다. 박씨는 “연봉 1000만원 차이는 우습게 나는 것을 보고 상경을 결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