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춘천가는 마지막 기차’가 일부 시민의 잘못된 추억 만들기로 몸살을 앓았다.
22일 코레일과 철도 관련된 커뮤니티에 따르면 20일 서울 청량리역을 출발해 남춘천역으로 가는 경춘선 무궁화호에 탑승한 승객 중 일부가 열차 외부 측면에 달린 플라스틱 행선판을 몰래 떼어갔다. 춘천 가는 기차의 마지막을 기념하려고 행선판을 챙겨간 것. 1939년 개통돼 71년간 운행된 경춘선 무궁화호는 비슷한 구간의 복선 전철이 생기면서 사라졌다. 일부는 새마을호 등 아직 영업 중인 열차에서 행선판을 가져가기도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경춘선 무궁화 열차에 설치된 84개의 행선판이 현재 20여개 남짓 남았다”며 경춘선 종운식에서 상당수가 분실됐다고 밝혔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알리는 행선판은 코레일 자산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
종운식을 마친 뒤 철도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일을 지적하는 게시글과 제보 사진(사진)이 줄을 이었다. 한 네티즌은 행선판을 들고가는 승객의 사진을 올리면서 “일부 학생들이 행선판 여러 개를 빼와 열차 안에서 판매를 시도하기도 했다”고 황당해했다. 그는 “철도 관련 물품을 수집하는 입장에서 행선판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을 알지만 영업 중인 열차에서 행선판을 마구 가져가는 것은 절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행동은 지상파 뉴스에 ‘철도 수집광’ 정도로 비춰지면서 시민들을 분노케 했다. 21일 첫 운행을 시작한 경춘선 복선전철이 소개되면서 행선판을 들고 있는 승객이 일부 카메라에 잡힌 것. 삼삼오오 무리지어 지하철을 탄 이들은 ‘무궁화호: 청량리~남춘천’ 이라고 적힌 행선판을 자랑스럽게 잡고 방송 카메라에 포즈를 취했다.
철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을 '철싸대(철도 사이코 대원)'라고 힐난하며 “이런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철덕후(철도 동호인을 지칭하는 애칭)’가 욕을 먹는다”고 비난했다.
행선판 도난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 코레일 관계자는 “행선판을 열차에 재활용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철도 박물관에 전시되거나 수집품 등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몰래 가져가는 승객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