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가 너무 많아요.”
지난 25일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국제회의관에서 진행된 PUBG 프로 선수 소양 교육에서 의외의 얘기를 들었다.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로 큰 성공을 거둔 선수 중 한 명인 그는 “우승을 해도 그때 뿐”이라며 이와 같이 말했다.
현재 한국 PUBG 코리아 리그(PKL)는 3개 리그가 동시 운영되는 구조다. 월·금에는 아프리카TV PUBG 리그(APL), 화·일에는 PUBG 서바이벌 시리즈(PSS), 월·수에는 PUBG 워페어 마스터즈(PWM)이 번갈아 가며 열린다. 월요일에는 두 대회의 일정을 조율해 겹치지 않게 했다.
펍지 주식회사는 2018년 상반기에만 5개의 프로 투어를 예정했다. 2번의 APL과 PSS, 그리고 1번의 PWM이다. 여기에 오는 7월엔 국제 대회 PUBG 글로벌 인비테이셔널(PGI)도 열린다. 하반기 추가될 프로 투어까지 고려한다면 대회 수는 더욱 늘어난다.
때문에 현재 배틀그라운드 프로 리그에는 비시즌이랄 시기가 없다. 가령 APL 시즌1은 지난 5월5일 젠지 블랙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는데, 하루 뒤 PSS 시즌1 패자전이 열려 일부 팀은 2개 대회를 모두 참여해야 했다.
PSS 시즌1 결승전은 5월19일에 열렸다. 이 또한 PWM의 1주 차 경기와 2주 차 경기를 이틀 또는 3일 내지로 전후해 진행됐다. PSS 시즌1 결승전에 참여했던 젠지 골드나 맥스틸 매드 등은 21일 바로 PWM 경기를 치렀다.
한 선수는 대회 우승의 기쁨이 얼마 가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승을 하면 커리어가 쌓여서 좋다고들 하는데, 나는 커리어가 쌓이는 건지 자각을 못 하겠다. 어차피 대회는 또 있으니 (기쁨이) 얼마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승 소식이 충분히 회자되기도 전에 다음 날이면 타 대회 소식에 묻힌다는 것이다.
PKL 프로 투어는 평균적으로 1달간 진행된다. 타 종목 대회가 최소 3달에서 길게는 7달 정도 진행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매우 짧은 여정이다. 자연히 대회 개수는 부지기수 많아진다.
통상적으로 대회의 개최 주기와 권위는 반비례한다. FIFA 월드컵이나 하·동계올림픽이 해마다 열린다면 지금과 같은 영광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최소 5개 우승팀이 탄생하는 PKL이다. 여기서 우승의 기쁨이 무뎌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