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준비하는 사람 대부분은 휴가철 질환 예방과 건강관리를 남의 일로 여긴다. 하지만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올해 초 지카바이러스까지 전 세계적으로 감염병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여름휴가로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해당 지역에 대한 감염병 정보를 챙기고 예방접종을 받는 등 미리 건강수칙을 확인하고 떠나야 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병 관리부터 여행 후에도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가벼운 질환 관리까지 휴가철 건강관리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해외 감염병 ‘예방접종’으로 대비
오지나 배낭여행을 많이 떠나는 20~30대 젊은 층은 A형 간염을 주의해야 한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으로 전염이 되는 A형 간염에 걸리면, 전신 피로감,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전신 증상이 생긴 일주일 이후에 약 70% 정도의 이들에서 황달이 생긴다. 대부분 3개월 이내에 회복이 되지만, B형 간염 등 만성 간 질환이 있으면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
A형 간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모든 개발도상국은 여행 전 접종을 권고하며,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면 된다. 출국 한 달 전, 최소 2주 전 1차 접종을 마쳐야 한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5도 이상에서 1분만 가열해도 사라지기 때문에 끓인 물과 익힌 음식을 먹는 것으로 예방할 수 있다. 손을 씻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살모넬라균에 감염돼 생기는 장티푸스도 예방할 수 있다. 초기에 치료하면 사망률이 1% 미만이지만, 내버려두면 10~20% 환자가 사망할 정도로 위험해진다. 인도나 파키스탄, 중남미 등으로 2주 이상의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적어도 출국 2주 전에는 백신을 접종한다. 백신만큼 중요한 것이 위생 관리다. 음식은 반드시 익혀 먹고, 끓인 물이나 소독한 물을 먹는다.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병하는 황열은 모기에 의한 급성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다. 백신 접종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한데, 최소 위험 지역 도착 10일 이전에는 황열 백신 접종지정센터에서 접종을 받아야 한다. 아프리카나 남미의 많은 나라에서는 황열 백신 접종증명서가 없는 경우 비자 발급이나 입국이 거부되므로,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은 백신 접종이 필수다.
◇모기로 전파되는 뎅기열, 말라리아, 지카바이러스
해외 유입 감염병 중 환자 수가 가장 많은 뎅기열은 아직 예방백신이 없다. 브라질이나 남미에서 유행하던 뎅기열은 최근에는 동남아 지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는 것이 좋은데, 덥더라도 밝은색 긴소매 옷을 입고, 벌레 기피제 등을 미리 발라두는 것도 방법이다. 뎅기 모기는 저녁과 새벽에 활동이 활발하므로 모기장을 치고 자는 것이 좋다.
지카바이러스 역시 모기로 감염되는데 예방약이 없고 임신부는 감염될 경우 소두증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으므로 위험지역 여행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학질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인 말라리아는 매년 수백만 명의 사망자를 만드는 위험한 질환이다.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 아열대나 열대 지역에서 유행하는 열대열 말라리아는 7~14일의 잠복기 후 고열,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치료가 늦어지면 사망할 수 있다. 아직 예방백신은 없지만, 예방약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지역마다 내성이 다르므로 이를 확인하고, 여행 지역과 임산부, 가임 여성 등 상황을 고려해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는다.
또한 위험국가 입국 2주 전부터 복용을 시작해 여행 후 4주 후까지 먹는다. 대도시나 리조트 등 관광지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동남아 국가의 시골이나 국경 인접 지역에는 내성이 있는 말라리아가 있어 더 주의해야 한다.
이대목동병원 해외여행자클리닉 최희정 감염내과 교수는 “과거에는 특정 지역에 한정해 감염병이 유행했지만, 최근에는 여행이나 유학 등으로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며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병이 크게 늘었다“며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면 여행지의 유행병을 살피고,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라면 백신을 미리 접종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이어 최 교수는 “물이나 음식으로 전염되는 감염병이 많은 만큼 물은 꼭 끓여서 먹고, 음식은 익혀서 먹어야 한다. 모기로 전파되는 질환을 피하려면 모기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야간에는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고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도움말=최희정 교수(이대목동병원 해외여행자클리닉 감염내과)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