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탈리스트 현장 가보니]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새 비전 제시가 답

[호스피탈리스트 현장 가보니]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새 비전 제시가 답

기사승인 2016-10-10 11:29:13

[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지난 9월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 국가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기존 전문의와 전공의로 구성되던 대형 병원 의료진에 새로운 직종이 부상한 것이다. 새로운 시작에는 언제나 극복해야 할 점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시범사업 시작이 한 달여 지난 현재, 대다수의 병원들이 호스피탈리스트 구인에 고전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새로운 시작,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시점에서 1년여 앞선 민간 시범사업으로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를 구축한 분당서울대병원의 호스피탈리스트들을 만났다. 

◇환자 전인적인 케어 가능…종합내과 신설로 소속감↑

“세부적인 질환에만 그치지 않고 환자를 통합적으로 볼 수 있어 전인적인 케어가 가능합니다. 주치의와 지정의 역할을 모두 담당하기 때문에 환자에 문제가 생길 시 치료에 대해 빠른 결정과 처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죠”

호스피탈리스트의 장점에 대해 온정헌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국내 전문의 제도는 세부 분과별로 이뤄져있다. 이를테면 내과의 경우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내분비내과 등 세부진료과별로 나뉘는 식이다. 이러한 체제 하에서는 환자의 질환에 대해 통합적으로 진료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세부분과를 넘어 총제적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전문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호스피탈리스트가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분당서울대병원의 호스피탈리스트는 기존의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김낙현 진료교수는 “우리 병원의 경우 응급실과 급성기내과병상(AMU)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관리하고 진료교수로서 연구와 교육도 진행한다. 특히 급성기 내과 환자 진료라는 특성을 가진 만큼 통상적인 입원전담전문의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호스피탈리스트는 종합내과 소속으로 김낙현, 김은선, 백선하, 온정헌 총 4명의 진료교수로 구성되며 응급실과 급성기내과병상(AMU)환자를 전담한다. 기존 입원전담전문의 개념에서는 담당 병동이 특정 분과로 나뉘지 않지만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명확하게 담당 분야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진료교수’인만큼 연구와 교육도 이들에게 부여된 주요 임무다. 백선하 교수는 “양질의 진료 흐름이 정착되려면 환자를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양성돼야한다. 이를 위해 충분한 여건이 갖춘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교육과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특징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제시하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의 새로운 비전이다. 기존의 세부전문의들이 ‘호스피탈리스트’를 선택하기에는 정체성과 지속성에 대한 불안정성이 컸다. 그러나 명확한 담당분야를 제시함으로 인해 업무의 안정성과 정체성을 보장했다.

◇환자 반응도 좋아…장기적으로 제너럴리스트 인식변화必

 ‘호스피탈리스트 업무가 기존 전공의가 담당한 입원환자 관리에만 그쳤다면 지원자들을 모으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의료진들은 이야기한다. 기존 전공의가 수행해 온 입원환자 관리 업무를 넘어 새로운 정체성이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낙현 교수는 “이 제도는 분당서울대병원의 필요에 맞춰 신설한 것이다. 호스피탈리스트 구인에 앞서 각 병원마다 필요와 특성을 먼저 살피고 그에 맞춘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환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빠른 피드백과 총체적인 케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련 중인 전공의보다는 교수들이 직접 전담하기 때문에 더욱 안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분당서울대의 호스피탈리스트들은 지정의 겸 주치의로서 세부질환을 함께 본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다만 전체적인 인식의 변화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환자들의 인식 상 외래진료의사(Specialist)와 입원전담의사(Generalist)가 다르다는 점에서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정착하려면 특정 부위를 치료하는 의사(세부전문의)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환자 곁에서 질환을 총체적으로 진단하는 의사(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이 분담될 때 장기적 치료에 유익하다는 점에 대한 홍보도 동반돼야 할 것이다.

김은선 교수는 “인체는 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구성돼있어 로봇과 같이 부위별로만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에도 연달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연결시키고 종합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분명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입원전담전문의 국가 시범사업이 이제 한 달여 지난 만큼 각 병원 별로 헤쳐 나가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다만 지속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당장 맞닥뜨린 ‘구인’ 자체보다는 향후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낙현 교수는 “처음 시도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자리를 잡을지 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 병원의 경우 병원 측에서 의료진에 대해 지지해주고 최대한 노력해 줬기 때문에 지금까지 잘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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