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진행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 평가에서 경남도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소속 공무원들이 대거 개인정보 불법 유출 사건에 연루됐는가 하면, 경남도가 행자부 평가 결과 확정 전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뒤늦게 이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지난 23일 오전 ‘올해 개인정보보호 우수기관 선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는 도가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진행한 ‘개인정보보호 관리수준 진단’ 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이 평가는 2012년부터 매년 실시해 올해 5번째로 전국 중앙부처, 광역‧기초자치단체, 지방공기업 등 750개 기관이 그 대상이다.
등급은 우수, 보통, 미흡으로 매겨진다. 도는 이 가운데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부문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도청 소속 고위 공무원과 산하기관인 경남FC와 경남개발공사 직원들이 대거 개인정보 불법 유출 혐의로 처벌을 받았는데도 어떻게 우수기관 선정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박치근 전 경남FC 대표와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 박권범 전 경남도 복지보건국장 등 공무원을 포함한 28명이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주민소환 서명에 불법으로 유출된 개인정보가 이용됐고, 유출 경위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지난 7월 창원지법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들 모두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뿐만 아니라 행자부의 이번 평가 적용 시기도 논란이다.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사건의 범행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행자부에 따르면 올해 개인정보보호 평가 시기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말까지다.
박 전 국장은 현직에 있을 당시 지난해 11월17일 부하직원에게 개인정보를 구해 오라고 지시했다.
이 직원은 평소 업무를 처리하면서 친분이 있던 병원 원무과장 등을 통해 불법으로 환자 개인정보 20여 만 건을 넘겨받았던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경남도청이 개인정보보호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데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도 정보통계담당관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수립, 침해사고 예방 등 3개 분야 12개 지표에서 24개 항목으로 평가가 진행됐다”며 “세부 평가 내용, 채점 결과 등에 대해서는 비공개”라고 말했다.
게다가 도의 이번 평가 결과 발표가 행자부 공식 확정 통보 전 성급하게 진행된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행정자치부 개인정보보호 정책과 관계자는 “다음달 9일까지 중간 평가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고난 뒤 다음달 말께 최종 확정 결과를 통보할 계획인데 경남도가 자체적으로 자료를 먼저 발표한 것”이라며 “경위를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의신청 기간에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과 관련된 개인정보 불법 유출 사건이 평가에 반영된다면 등급이 바뀔 수도 있지 않냐는 관측이다.
도 정보통계담당관실은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해당 보도자료를 기사화하지 말라고 요청해왔다.
24일 현재 경남도청 홈페이지 보도자료 게시물에서 이 자료는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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