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박 대통령 독대 ‘양승태 대법원장’은 왜 대선 무효소송 외면할까

[기획] 박 대통령 독대 ‘양승태 대법원장’은 왜 대선 무효소송 외면할까

김기춘 ‘법원 길들이기’ 의혹, 고교후배 양승태 대법원장 연결고리 논란

기사승인 2016-12-08 10:23:53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18대 대선 무효소송’이 제기된 지 3년 11개월이 넘었지만 법원이 소송을 개시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정권 핵심부인 청와대와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 재판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법조계와 대선 무효 소송인단에 따르면 2013년 1월4일 '제18대 대선 무효 소송인단'에 참여한 시민 2000여명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대선 부정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법적 근거가 없는 전자개표기를 사용해, 중앙선관위 서버 등을 통해 선거결과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무효라는 주장이다. 

소송은 한영수 전 중앙선관위 노조위원장 한영수(62)씨와 전 안기부 직원 김필원(69)씨가 추진했다. 한영수 씨는 “국정원 대선개입, 수개표가 아닌 전자개표기를 사용한 대선은 무효”라면서, “대법원이 선거소송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는 것은 정권을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3년이 훌쩍 넘었지만 지금도 소송이 진행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8대 대선무효소송인단 "3년 11개월 지나도 소송 개시도 안돼, 양승태 대법원장 외면" 

선거무효소송인단, 새날희망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지금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종로 등지에서 대법원의 대선 무효소송 속행과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한씨는 “국민들이 추진한 대선무효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소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불법이 있다면 가릴 것은 가리고,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선거소송의 경우는 대법원 단심제로 진행된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해 신속히 재판해야 하고 소가 제기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3년 11개월여가 지났지만 변론기일 조차 열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본지에 공식 입장을 보내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이나 공직선거법상 법정 기한 준수와 관련하여서는 ‘훈시규정’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판례”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관계자는 “실제 당사자간 합의를 위해서나 사안의 성격, 심리의 필요 등으로 인해 법정 기한은 지켜지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기한 정함을 따르는 것이 옳겠지만 법 위반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대법원은 선거범죄의 경우 조속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선거범죄는 조속한 법률관계의 안정을 위하여 사건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여야 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면서도, “이 사건의 경우는 해당 사건 당사자들이 계속해 새로운 주장 및 증거자료를 제출하고 있어서 판단할 부분이 많이 있는 점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대법원 관계자는 “선거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신속한 재판에 못지않게 정당한 재판도 중요하므로, 불가피하게 법정된 심리기간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 본건 사안의 특수성이 있다는 점 감안해서 살펴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선거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해 조속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면서도, 소송을 개시할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다. 

특히 대법원은 선거소송이 ‘사안의 특수성’이 있어 소송을 속히 진행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 소송을 180일 이내에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과 대치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새로운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JTBC에서 발견한 최순실씨 태블릿PC에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 문건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대선 무효 소송의 진행이 미뤄지는 이유가, 양 대법원장과 박 대통령의 모종의 논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 

이와 관련, 강동원 전 의원은 “2013년 1월 4일 이날은 서울시민 2000여명이 대법원에 박근혜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했던 날이다. 그런데 바로 이 날짜의 최순실 파일에 박근혜가 양승태 대법원장을 만나 얘기할 면담 말씀자료가 확인됐다”며 “대통령 당선 무효소송이 3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도 대법원은 재판을 거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선부정, 개표조작 소송사건에 최순실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전 의원은 “최순실이 면담과정에 어떻게 관여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이 떳떳하다면 시민들이 제기한 대선무효소송에 속히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고법원’ 도입 주력했던 양승태 대법원장,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 왜 했나 

청와대의 ‘대법원 길들이기’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선 무효소송을 적극 추진하지 않는 이유도 대법원이 현 정권을 의식해 ‘눈치보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떠돌고 있다. 

법조계 일부에서도 청와대의 사법부 길들이기를 비판해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회는 “청와대의 사법부 길들이기 의혹은 현 정권의 헌정유린이 국정 전반에 걸쳐 있음을 다시금 보여준다. 그 자체로 직권남용 등의 개연성이 있으므로, 검찰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민변은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가감 없이 해명해야 한다”며 “정치권력이 법원 길들이기를 시도할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법원의 인사ㆍ행정권을 대법원장이 독점하고 있는 현 사법부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0점 만점에 39점은 법원 직원 3000여명이 양승태 대법원장의 3년을 평가한 점수”라며 “이 점수는 대법원이 양승태 대법원장으로 인해 신뢰를 잃고 퇴행하고 있다는 조직 내부로부터의 경고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 경고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2014년 9월 6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법원 지나치게 강대·공룡화, 견제수단 생길 때마다 길들이도록’이라고 지시했다”며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에 담긴 근거로 들어 밝혔다.  

청와대가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해 대법원 인사에 관여하고 법원을 길들이려 한 정황은 김 전 수석 비망록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 전 수석 비망록에는 "대법관-기수, 지역, 대표성, 평판/ 충청도 3명, PK 3명, 호남 3명-일고 2명, 양창수 제주/ 호남 ×", "추천위 통해서 추진 – 법무 출신 1명은 부담스럽다, - 법무부 짠대로 진행되는 듯한 인상", "황교안 다 스크린, 16기 5명에는 없음 – 김○○(광주일고 2명이라 불가), 이번 아니면 난망“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14년 9월 7일 임기만료인 양창수 대법관의 후임에 대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그해 6월 24일부터 호남인사를 배제하고 내부검증 및 의사타진을 하려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등과 내통하며 사전검열을 거쳤다는 의견이다. 이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장,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 후보자 인선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은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하고 헌법을 파괴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고교 후배다. 

사법 최고기관인 대법원의 대법원장은 사실상 ‘제왕적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장 성향에 맞는 인사들이 꾸려질 가능성도 높다는 게 법조계 일부의 의견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대법원장이 임명·제청·추천·위촉할 수 있는 자리는 약 1만6092개다. 이 의원은 “1만여건의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정점으로 하여, 사법 관료화가 더욱 굳건해졌다”고 밝혔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만이 선출되지 않는 권력으로서 주요 인사권을 갖고 있다. 부장판사, 헌법재판관, 선관위원장 등 막강한 인사권을 무기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 교수는 “법조계 내부에서도 대법원 구성원 자체도 보수화 되고 있다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직 내부에서도 보수화된 조직 내부 분위기 속에서 판사들이 튀는 판결을 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 진보든 보수든 균형 있는 인사가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진하려고 했던 ‘상고법원’ 통과를 미끼로 하여, 박근혜 정부가 ‘대법원 길들이기’를 시도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그동안 상고법안 통과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실제 양승태 대법원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가속화되고 있는 대법원 퇴행으로 인해 내부에서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 대법원장이 박 대통령과 단독으로 오찬을 한 것은 처음인데다,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안을 적극 추진중인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의혹이 커진 바 있다. 

그동안 대법원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주력해 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에 제기되는 상고 사건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대법원이 상고심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상고심 개선 방안으로 19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과반이 넘는 숫자로 의원 입법이 추진됐다”며 “충실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더욱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위한 방안 중 하나가 상고법원이다. 국회에서 의원 입법으로 추진되다가 국회 법사위 1소위에서 심사 중에 통과되지 못하고 19대 국회에서 폐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양 대법원장이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상고법원 도입 촉구를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측은 “양승태 대법원장도 상고심 개선방안으로 상고법원 제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관심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법원장과 박근혜 대통령과  저희로서는 알지 못하는 내용이고 오해가 있어 보인다”고 일축했다.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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