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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의 커피소통㉒] 정직한 커피가 답이다

이다니엘 기자입력 : 2017.01.05 10:13:50 | 수정 : 2017.01.05 10:15:13

일본에 가면 오래된 커피점이 많다. 백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커피전문점도 많다.

일본은 원폭투하로 파괴된 두 도시 말고는 큰 전란을 겪지 않았기에 오래된 건물들이 상당수 유지되고 있고, 설령 도시재개발로 옛 건물들이 헐린 경우라고 해도 장인정신으로 가업을 이어가는 가게들이 많다.

일본에 처음 커피가 전해진 곳은 1700년대 네덜란드 상인에 의해 나가사키 앞 인공섬인 ‘데지마’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때는 네덜란드 상인이나 커피를 마셨을 뿐 일반인 대상으로 커피하우스가 생긴 것은 1888년 도쿄의 카히차칸(可否茶館)이 최초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1909년 남대문역 다방이 최초의 커피하우스라고 한다. 이는 일본보다 약 20년 정도 뒤진 기록이니 커피역사는 우리도 오래 되었다. 커피의 역사연구가 지속되고 있는바 어쩌면 일본을 앞서는 기록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커피 관련 자료는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고, 전통 있는 다방이나 커피하우스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일본에서 마셔 본 커피의 향미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커피 맛은 일반적으로 쓰면서 기름지고, 향미보다는 마우스 필에 역점을 두는 듯한, 마치 쓴 커피가 진짜 커피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인들이 마시는 커피는 향미는 강하게 볶은 커피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고 난 이후의 느낌은 조금 달랐다. 쓰기는 하나 탄 맛보다는 깨끗하고 마일드하며, 커피를 마시고 난 후에 목이 타들어가는 건조함이나 불쾌한 잡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연륜을 자랑하는 커피점에서는 가게 한 구석에 결점 두를 골라내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것을 종종 본다.

1934년에 오픈해 3대째 명맥을 잇고 있는 오사카 마루후쿠 커피숍.

세계 어떤 곳을 가도 스타벅스는 맛이 동일하다. 쓰고 기름진 맛이 다양성 보다는 통일성을 추구하는 스타벅스의 고집을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필자가 가본 일본 스타벅스는 달랐다. 기름이 커피원두에 덮일 정도로 강하게 로스팅 한 것은 예나 같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맛이 신선했다. 반면에 우리나라 스타벅스는 같은 브랜드인데 일본의 그것과 신선도가 훨씬 떨어졌다.  미안하지만 우리나라 스타벅스에서는 소비자에 대한 성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미국의 본사에서 일본에 보낼 원두와 다른 나라에 보내는 것을 차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나라에 역사에 비해 오래된 커피전문점이 없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일제수탈과 한국전쟁의 참화로 전 국토가 유린되고 파괴된 상황에서,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릴 여유가 우리민족에게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혀 커피를 안 마시고 살았던 것도 아니었다. 동네마다 다방도 즐비했고 커피를 마시는 인구도 꾸준히 증가해 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것은 변명처럼 들리기도 한다.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다방은 다방레지를 중심으로 하는 저급문화의 분출구이기도 했다.

명동과 종로를 중심으로 하는 음악다방, 클래식음악을 틀어주는 음악 감상실이 있어서 커피가 교양과 문화의 접촉점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제 하우스커피를 물에 우려 설탕을 타서 마시는 소위 원두커피였고, 커피의 맛과 향을 느끼며 마시는 수준이 아니었다. 커피를 사치품으로 지정해서 관리했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커피의 꽁초를 물에 녹여 만든 커피도 있었다고 하니 이것이야 말로 커피의 ‘흑역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이제 본격적으로 커피의 융합과 시너지를 경험하고 있다. 이제 맛있는 커피는 국내 어디에서나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그만큼 우리도 커피의 맛과 향미를 추출해 낼 실력을 갖추었다. 일본인들을 비롯하여 전 세계 어느 민족도 향미감각은 우리를 따라 올 수 없다고 확신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커피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말할 정도로 커피의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소비자들도 본격적으로 커피의 맛과 향을 알기 시작했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이 즈음에 고민해야 할 한국 커피시장의 과제는 무엇일까? 정직한 커피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사실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시면서도 돈이 아깝게 느꼈던 순간이 많았다. 내가 지불한 금액에 걸맞는 재료를 카페주인이 사용하지 않았다고 느껴질 때 그 카페는 더 이상 가지 않게 된다. 한 잔을 마셔도 가격에 맞는 정직한 재료로 만든 커피가 값어치를 한다. 이것이 장인정신이고, 그런 카페에서 소비자도 행복하고 카페주인도 떳떳하다.

커피를 팔아 이익을 남기려는 생각이 앞서면 맛있는 커피, 향기로운 커피, 건강한 커피는 아예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보다 많은 이익을 남기려는 생각에 값 싼 커피재료를 사용하면 잠시 이익이 남는 것 같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되기 때문에 피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커피도 음식이라는 점이다. 좋은 커피는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음식이 맛있듯 커피도 역시 그렇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리스타의 실력이다. 인테리어는 그 다음 문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카페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첫째도 인테리어 둘째도 인테리어 아니던가? 이것은 커피 맛이 아니라 브랜드와 인테리어를 보고 들어갈 카페를 정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제 곧 그런 시대는 가고 정직한 커피의 시대가 온다.

이때는 커피의 맛을 정직하게 내는 장인정신을 가진 카페가 성공한다. 새해에는 커피 한 잔도 정직하게 제공하는 카페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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