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이승희 기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한·일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법원에 전범기업의 배상책임 관련 ‘최종 확정 판결’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 입법을 위한 일·한공동행동(공동행동) 등은 30일 오후 1시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일제 강제동원 문제의 종합적 해결을 모색하는 국제회의’를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상주(94)씨와 이복실(85·여)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9명과 징용 보상을 대리해 온 장완익 변호사, 야노 히데키 공동행동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내빈석도 50여명의 관계자 및 시민단체 회원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국 대법원은 5년 전 강제동원 피해자 원고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런데 특별한 이유 없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지연되고 있어 피해자들의 피해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대법원은 하루빨리 최종 확정 판결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피해자의 호소도 있었다. 후지코시를 상대로 일본과 한국에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 온 김정주(86·여)씨는 “13살 때, 초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못하고 공부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일본에 갔다”며 “해방된 지 74년이 넘었지만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제발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강제동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한·일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도 높았다. 장 변호사는 “5년 전 대법원 판결이 난 이후, 다시 대법원에 올라가 최종적으로 확정된 판결은 단 한 건도 없다”며 “많은 피해자들이 돌아가셨고, 일본 기업도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20여년 넘게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해온 야노 사무국장은 “그동안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에서의 재판은 대단히 송구한 일이다. 모두 피해자의 청구를 기각하는 결과로 끝났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식민주의 청산, 강제동원 피해자의 보상을 꼭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지난 2012년 5월24일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 주식회사와 신일철주금 주식회사의 강제동원으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은 일본 기업에 있다”며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에서 원고 패소를 선언했던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그러나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은 5년째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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