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문대찬 기자] 6일 포털 사이트는 미국프로야구 팀 린스컴(LA 에인절스)의 이적설로 뜨거웠다.
린스컴이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는다는 소문이 커뮤니티와 SNS 상에 퍼지며 벌어진 일이었다. 이로 인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린스컴의 이름이 오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는 야구 문자중계 서비스를 이용하는 몇몇 네티즌의 농담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롯데 관계자도 “사실이 아니다. 팬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접촉이 사실이었다면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을 일이었다. 2007년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한 린스컴은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하향곡선을 타기 시작해 팀에서 입지가 줄어들었다. 결국 2016년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LA 에인절스로 이적했고 현재는 재기를 노리는 중에 있다.
정황 관계를 따져보면 린스컴의 롯데 행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적이 활발한 시즌 초반도 아닌데다가 린스컴은 지난 1월 현지매체를 통해 재기 의지를 피력하면서 해외로의 이적도, 은퇴도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팬들은 린스컴의 롯데 행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외국인 투수의 부진이다. 롯데는 최근 외인 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롯데 선발진을 이끌었던 브룩스 레일리의 부진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7일 오전 기준으로 11경기 선발 등판해 3승5패 4.74의 평균자책점으로 페이스가 쳐져 있다. 이닝 소화도 저조하다. 총 62.2이닝을 소화했는데 이는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19위의 기록이다. 외인 투수 가운데서는 10위에 그친다. 1선발이라기엔 무게감이 떨어진다.
시즌을 앞두고 파커 마켈의 대체 선수로 투입된 닉 애디튼은 더 심각하다. 9경기 등판해 2승6패 6.5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소화한 이닝은 44이닝으로 리그 33위, 외인 가운데는 12위로 ‘외인 투수’에 거는 기대치와 거리가 멀다.
그간 토종 선발진이 분전해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최근 경기에서 박세웅을 제외한 영건들이 잇달아 무너지면서 시즌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어느 때보다 외인 선발들의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교체 카드가 한 장 남아 있지만 롯데 측은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고 외인 타자 앤디 번즈가 옆구리 통증으로 이탈하면서 고려해야 될 부분이 늘었다. 당분간은 레일리와 애디튼 체제로 시즌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시즌 전부터 예견된 아킬레스건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레일리와 애디튼은 리그를 대표하는 저연봉 선수다. 연봉이 각각 85만 달러(약 9억 5000만원), 50만 달러(약 5억 6000만원)에 그친다. 불면증 등으로 적응에 실패해 미국으로 돌아간 마켈(52만 달러·6억)과 타자 앤디 번즈(65만 달러·7억)의 연봉을 합쳐도 롯데의 외인 선수 연봉 총액은 리그 최하위다.
미국에서 복귀한 이대호를 150억에 불러들이며 부흥을 꿈꿨지만 이 때 지불한 막대한 비용으로 정작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하는 딜레마를 낳았다. 외인 영입 트렌드에 맞지 않게 저비용 고효율을 외친 롯데 구단에게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중위권과 하위권에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롯데의 상황도 ‘린스컴 해프닝’에 기름을 부었다. 롯데는 현재 27승28패(0.491)로 리그 6위에 머물러 있다. 연승도 잦지만 연패도 잦다. 시즌 내내 지속된 투타 엇박자가 원인이다.
롯데는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그간 CCTV 사찰, NC전 15연패 등 경기장 안팎에서 팬들을 실망시켰다.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주는 모습에 “느그가 프로가”라는 현수막마저 야구장에 걸렸다.
짜임새 없는 헐거운 타선, 그리고 불안한 뒷문 등 고질적인 팀 컬러도 몇 년간 그대로다. 누적된 행적 때문에 순위경쟁이 한창인 현재도 벌써 ‘이번 시즌 가을야구도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린스컴 해프닝’은 외인 교체 카드에 대한 과감한 결단을 바라는 팬들의 의중이 드러났다 할 만하다. 아울러 롯데 구단에 대한 팬들의 불신이 빚어낸 일종의 현실 부정이기도 하다.
지난해 1월 프로축구에도 ‘린스컴 해프닝’과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로빈 판페르시(터키 페네르바체 SK)가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비록 후에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판페르시 영입설’은 린스컴 해프닝과는 다르게 정말 그럴싸했다. 당시 K리그 클래식 2연패를 거두고 매 시즌 이적시장을 주도한 전북 현대였던 터라 가능했던 루머였다.
‘빅네임’이 거론된 해프닝이었다는 점에서 롯데와 전북 현대 사이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각 구단의 리그 성적과 위치, 팬들의 신뢰에는 분명한 온도 차가 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지난 시즌 “아직 승부처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일관하다가 가을야구 문턱에서 넘어졌다. 올해는 달라야 한다. 승부처는 어쩌면 지금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