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바일 치우친 한국 게임, 미래에 도전할 ‘환경’이 필요하다

기사승인 2017-07-1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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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바일 치우친 한국 게임, 미래에 도전할 ‘환경’이 필요하다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문화콘텐츠 수출의 56%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분야로 부상했다. 넷마블은 1개월여 만에 2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리니지2 레볼루션(이하 레볼루션)’을 선보이고 시총 14조원을 기록하며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최근에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M’이 레볼루션을 제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정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뜨겁게 달아오르는 게임 산업의 이면을 보면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쏟아지는 모바일 게임에 비해 PC온라인 게임 신작은 손에 꼽을 정도며 해외에서 여전히 주류인 콘솔이나 ‘스팀’ 플랫폼에 대한 도전은 더 적다.

현재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리니지 시리즈’를 보면 과거 PC온라인 시절부터 익숙했던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공식을 그대로 모바일로 가져왔을 뿐이다. 모바일 게임에 맞는 자동사냥 기능과 인터페이스를 제외하면 단순한 전투를 반복하고 일정 수준 레벨업 후에는 캐시 아이템을 통한 강화의 무한 반복이다. 캐시 아이템 과금은 게임 수익을 위해 필연적이지만 이 밖에 다른 재미가 떨어진다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여타 모바일 RPG들도 각각 개성 있는 캐릭터를 내세우지만 기본 시스템은 천편일률적이다. 혹자는 이들을 이른바 ‘양산형 게임’이라 부른다. 반대로 이 같은 과금·플레이 방식에서 탈피한 게임들 일부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긍정적 의미를 담아 ‘혜자게임’, ‘갓게임’ 등으로 불린다.

양산형 게임들이 주류를 이루는 이유는 국내 게임업계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모바일 게임에 치우친 시장에서의 중소 게임사들의 도전 여력 상실 등이 그것이다.

먼저 본격화된 모바일 게임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은 시장을 키우는 동시에 업계의 ‘성장통’을 가져왔다.

모바일 게임에서 강세를 보인 넷마블 등은 쾌속 성장을 이뤘지만 기존 강자였던 엔씨소프트는 PC온라인 위주의 역량을 모바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체기를 맞았다.

이는 과거 ‘리니지’에서 ‘길드워’,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으로 이어지던 새로운 게임보다 기존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 재생산에 집중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리니지 M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탄탄한 기존 수익 기반을 가진 엔씨소프트는 숨을 고르고 도전을 이어갈 여력이 있었지만 중소 게임사들의 경우는 ‘부익부 빈익빈의 늪’에 빠졌다.

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요구되는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대형 게임사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 방식을 답습한 게임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연히 새로운 형태의 게임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게 되고 양극화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목받는 게임이 있다.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모바일 게임에 목매는 와중에 블루홀이 스팀을 통해 선보인 PC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다. 

배틀그라운드는 3D로 구현된 무인도에서 이용자들이 대전을 통해 살아남는 단순하면서도 자유도 높은 소재가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얼리억세스 버전임에도 글로벌 판매량 400만을 돌파하며 FPS(1인칭슈팅) 게임 왕좌에 있는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이용자를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4(PS4)용 어드벤처 게임 ‘베리드 어 라이브’를 공개한 바 있는 넥스트플로어도 최근 횡스크롤 액션 게임 ‘키도’를 출시하는 등 콘솔 게임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고품질의 콘솔 게임은 개발자들 사이에서 궁극적인 도전 목표로 꼽히는 분야다.

블루홀과 넥스트플로어와 같은 사례는 국내 게임업계에 흔치 않다. 블루홀은 브랜든 그린과 같은 해외 인력의 적극 영입을 통해 배틀그라운드의 성과를 일궈냈으며 넥스트플로어는 개발자로서의 욕심이 많기로 유명한 김민규 대표의 전략에 따라 독립 스튜디오 ‘지하연구소’에서 콘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대형 게임사가 아니면서도 개발사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블루홀과 넥스트플로어의 도전이 의미 있는 이유는 수익성 위주의 ‘상품’이 아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근 넥슨이 ‘본질적인 재미’에 집중하겠다는 정상원 부사장의 선언과 함께 무료 게임 ‘로드러너원’, 새로운 전술 슈팅 게임 ‘탱고파이브’ 등을 선보이며 과거 과도한 과금에 치우쳤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게임사들에게 이 같은 도전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한 규제는 PC온라인 게임을 위축시켰고 상대적으로 수익성 높은 모바일에서마저 ‘성공 공식’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게임업계가 정체돼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
게임사들은 ‘셧다운제’와 같은 규제 위험을 무릅쓰고 PC온라인에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아직 젊은 우리 게임사들이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가지를 뻗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가뭄에 콩 나듯’ 이뤄지는 도전에 기대서는 닌텐도 또는 블리자드와 같은 유수의 게임 기업을 기대하기 어렵다. 적어도 둘러쳐진 울타리는 거둬줘야 건강한 싹을 구별할 수 있다.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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