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눈물-(2)강자의 횡포...‘선시공 후계약’

입력 2017-07-27 09: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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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전북=고민형 기자] [기획] 군산조선소의 눈물- ▲(2)강자의 횡포.‘선시공후계약’

이른바 ‘갑질’이라는 산업화의 전근대적 부산물 때문에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대기업들의 협력업체 쥐어짜기,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갑질, 회사 내 지위를 이용한 부당 압력  등 다양한 형태로 불거지고 있는 ‘갑질’은 보고 듣는 국민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특히 일부 굴지 대기업은 ‘슈퍼 갑’이라는 우월적 지위로 협력업체와의 불공정 거래를 일삼아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 등 납품 단가 상승 요인이 발생해도 이를 반영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납품 단가를 후려치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실제 두산중공업과 현대위아,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은 최근 몇 년간 부당 거래 혹은 하도급 대금 과다 축소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게 고발 혹은 과징금 부과 조치를 받았다.

이처럼 먹이사슬 상층부의 왜곡된 형태 경제프로세스는 하층부로 갈수록 편·불법 기형적 경제구조를 낳게 마련이다.

조선 산업에선 ‘물량팀’이란 고용 형태가 해당된다.

당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눈물’이라는 3편의 기획기사를 예고했지만 독자들이 알고 판단해야 될 부분들이 있어 연장 연재한다.

(2)관행으로 자리 잡혔던 '선시공'의 군산조선소

물량 팀 고용형태를 알기위해선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간 계약 형태를 이해해야 한다.

물량 팀이 생겨난 배경엔 ‘선시공 후계약’이라는 근원적 문제가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론 갑과 을이 예상 견적서를 놓고 소요 예산을 협의, 결정한 후 정식계약을 체결하고 시공에 들어가게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간 계약은 ‘시공을 먼저 한 후, 계약이 이뤄지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대중공업은 매월 초 견적서를 통해 협력업체와 1m/h(맨/아워)당 단가계약을 한다.

그리고 ‘협력업체들의 스케줄’이라 불리는 날짜별 공정표도 나눠진다.

[기획]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눈물-(2)강자의 횡포...‘선시공 후계약’

관계자들은 해당 견적서 등은 ‘현대중공업에서 일방적으로 만들어져 내려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월 초 견적서는 '역견적서'로 , ‘진짜’계약은 기성마감(매월 25일 기준) 시 이뤄진다고 한다.

이른바 스케줄 상 일이 마감돼가는 시점에서 작업된 블록 ‘계약’을 맺는 셈이다.

관계자들은 ‘단가 계약을 보면 표면적으로는 인건비 등이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각 블록 당 전체 제작예산을 삭감할 경우 단가 상승분은 착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시간당 단가는 올라가지만 전체적인 블록 제작 예산이 줄을 경우, 증가분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총 예상 300m/h(1명이 300시간을 일을 해야 하는 작업)의 1개 블록을 제작했다면, 현대중공업이 원가절감차원이란 이유로 250m/h또는 280m/h로 월말 계약하게 될 경우 협력업체는 총 제작 비용에서 20~50m/h 만큼의 적자를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B협력업체 전 D관계자는 “조선 산업의 가장 잘못된 관행은 바로 ‘선시공 후계약’이다. 업체가 얼마를 갖고 일을 해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단지 추정만 할 뿐이다”며 “가령 100만 원짜리 일을 150만원이나 200만원으로 해야 할지 모르는 위험부담을 업체가 안고 가야한다”고 회고했다.

결국 협력업체들은 현대중공업의 예산삭감이 진행될 경우 순수인건비를 지불하고 난 후, 직원들의 4대 보험과 퇴직금 적립은 고스란히 업체가 처리해야 하는 고질적 ‘질환’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묵은 ‘질환’을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바로 ‘물량 팀’이다.

gom210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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