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송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성모병원 현장 방문에서 국민들의 의료비 경감을 내용으로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과 관련 환자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보장성 강화 추진은 긍정 입장을 보였지만, 보장률에서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따라서 시민사회 단체들은 보다 더 적극적인 보장성 강화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환자단체연합 "획기적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위한 사회 공론화 신속 추진해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연합)는 10일 논평을 통해 “일명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이번 대책은 예비급여제도 도입을 통해 그동안 의료기관 마음대로였던 비급여 의료비를 관리하겠다는 측면과 목표율 70%의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계 파탄 방지를 위해 보편적 개념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를 도입해 이를 보완했다는 측면에서 긍정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자단체연합은 건강보험의 획기적 보장성 확대 위한 사회적 공론화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환자단체연합은 예비급여 도입에 대해 “그동안 의료기관이 가격을 마음대로 정해도 통제할 방법이 없었던 의학적 비급여(미용·성형 제외)를 예비급여에 포함시켜 우선 가격 통제를 하고, 이와 함께 평가를 통해 신속하게 일반급여로 전환하는 예비급여제도는 ‘문재인 케어’ 중 가장 주목받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환자단체연합는 5년 임기 내 건강보험 급여화 예정인 3800여개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예비급여제도 적용 결과와 이에 대한 국민과 환자들의 반응에 일명 문재인 케어의 성공여부가 달렸다고 진단하고, 정부가 예비급여제도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비급여 영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정부와 국회가 진행하고 있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제도화를 잘 설계하면 ‘문재인 케어’의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건강보험 보장률과 관련 환자단체연합은 “문재인 정부는 2015년 기준 건강보험 재정 누적 흑자 20조 원과 지난 10년간의 평균 건강보험료 인상률 3.2% 수준의 재정 투입을 반영해 임기 5년 내 실현 가능한 목표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제시한 것은 전향적으로 평가된다”며 “국민과 환자들은 부도 위험 있는 백지어음이 아닌 임기 내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건강보험 보장률 목표치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제시된 건강보험 보장률 목표치 70%는 환자단체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연합은 “2015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이 63.4%인 점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는 향후 5년 임기동안 건강보험 보장률을 6.6% 정도만 높이겠다는 의미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건강보험 보장률 70% 수준으로는 국민과 환자들의 실손의료보험 의존도를 절대 줄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연합은 “건강보험료 인상, 국고지원액 확대, 건강보험 부과체계 효율적 운영,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을 포함한 ‘건강보험 공론화’ 어젠다도 과감하게 던져 지금부터라도 획기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관련 논의와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획기적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위한 사회적 공론화도 신속히 추진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너무 미흡하고 안온하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보장성 강화안은 비급여를 통제하고, 국민의료비 경감을 위한 방안으로 과거 정권(이명박, 박근혜 정권)보다는 다소 진전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다짐과는 달리, 아파도 돈 걱정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수준의 획기적 보장성 강화에는 한참 못미친다”라고 밝혔다.
특히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보장성 강화 기조가 보편적 보장성 강화에서 선별적 보장성 강화로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건강보험 보장률 70%에 대해 ‘너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의료비 상한제의 경우 “이번 안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자랑하는 예비급여조차 의료비 상한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존 박근혜 정부의 건강보험 상한제의 일부 구간의 금액 하향만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우리는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비급여를 포함한 ‘100만원 상한제’를 주장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급여의 예비급여 전환의 경우 가격이 결정되는 장점이 존재한다면서, 비급여의 사용내역과 통계가 축적돼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의 공적통제를 확립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예비급여는 여전히 본인부담 50~90%의 과다부담 급여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4대중증질환 국가보장 100% 공약을 지키는 시늉을 하기 위해 보편적인 급여화를 포기해서 초래된 일이다. 예비급여의 본인부담률도 대폭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본인부담 50, 70, 90% 차등구간의 급여신설(예비급여)은 사실상 실손보험 시장의 고착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로 실손보험을 퇴출시키는 것이 온당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은 기본적으로 지불제도 개편을 하거나 비급여와 급여진료를 혼용되지 못하게(일본식 혼합진료 금지) 하는 방법이 동반돼야 풍선효과 및 의료공급 왜곡을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비급여를 포함한 총 의료비에 대한 연간 본인부담 상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전면 폐기 입장을 명확히 하고, 모든 비급여를 포함한 실질적인 의료비 상한제 실시, 상병수당 도입 등 OECD수준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여연대 "정책방향은 긍정,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시키기에는 부족"
참여연대도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한 입장을 통해 “비급여 관리를 통한 보장성 강화 정책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나, 국민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기에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건강보험 보장률과 관련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단기적으로 70%까지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OECD 국가의 보장률이 약 81%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적정한 목표수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정부는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 등 적극적인 재정확충 방안을 통하여 현재 보다 더 높은 목표 보장률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 방약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나 예비급여를 도입할 경우 의료비상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관련 보완대책이 동시 추진돼야 한다고”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참여연대는 비급여의 급여화 이후 병원이 다른 비급여를 늘려가는 비급여의 풍선효과를 통제하기 위해 비급여와 급여진료를 혼용되지 못하게 하는 혼합진료금지와 같은 강력한 통제방안 동시 추진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본인부담금 상한제’의 경우 이번 대책의 개선안에서도 상한이 여전히 높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소득수준에 상관없는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민들의 의료비 경감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본인부담금 상한제의 대상에서 선별급여, 전액본인부담항목, 임플란트 등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지불제도 개선, 주치의 제도 도입’ 등 의료 전달체계 개선 방안이 이번 보장성 강화 대책과 함께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참여연대는 “지불제도와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지 않고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실행하면 대형병원 쏠림이 더욱 악화되고 행위별수가제로 인한 의료서비스 남용이 심각해질 수 있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신포괄수가제와 같은 지불제도 개선과 비급여와 급여의 혼합진료 금지와 같은 통제방안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병수당 도입 등 보다 적극적인 보장성 확대 방안 추진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참여연대는 “상병수당은 신고한 소득의 일정 비율(예컨대 70%~80%)을 보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평소에 제대로 소득을 신고해야만 아플 때 적정 수준에서 상병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므로 건강보험의 실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소득신고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 누적흑자 사용 계획과 국고 지원 증액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의료비 걱정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보장성 강화계획을 보다 선명하고 분명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재정계획에 있어서도 과감한 투자와 재정확대가 요구된다”며 “이러한 재정확대는 국민들의 의료비부담을 줄여 실질소득 증대효과는 물론 소득불평등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