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타 ‘크리스’ 최준수 “우승해서 오버워치 리그 가야죠”

[인터뷰] 메타 ‘크리스’ 최준수 “우승해서 오버워치 리그 가야죠”

메타 ‘크리스’ 최준수 “우승해서 오버워치 리그 가야죠”

기사승인 2017-10-05 05:00:00

메타 아테나의 에이스가 누구인지를 묻는다면 대다수 오버워치 팬들은 메인 딜러 ‘사야플레이어’ 하정우나 서브 딜러 ‘리베로’ 김혜성을 꼽는다. 사실상 이견이 없다. 둘은 전 세계 오버워치 프로신을 기준으로 삼아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한 ‘실력자 듀오’다.

그러나 메타 아테나의 중심이 누구인가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다른 선수를 고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팀의 기둥, 메인 힐러 ‘크리스’ 최준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섭섭하죠. 지금도 APEX 시청하면서 저 부스 안이 그립고 그래요. 경기 끝나고 스태프 분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데 섭섭하더라고요. 아직 시즌은 한참 남았는데. 쇼크였어요. 무난하게 갔다면 적어도 8강 승자조까진 진출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메타 아테나는 지난 9월12일 루나틱 하이전 패배를 끝으로 APEX 시즌4 스케줄을 끝마쳤다. 3전 전패,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 소감을 최준수는 그렇게 표현했다.

“‘너스’ 김종석이 빠지면서 제가 메인 오더를 맡게 됐어요. 역할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 같아 팀원들한테 미안한 점이 있어요. 팀적으로 패인을 분석한다면 탱커들 간 합이 잘 안 맞았던 점이요. 저와 서브 힐러 ‘혀누’ 조현우의 호흡도 좋진 못했고요”

팀의 팀장 격이자 맏형인 최준수는 올 시즌 메타 아테나의 강점이 무엇이었는지, 또 부족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볼 만한 점이라 한다면 루나틱 하이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로 합류하신 ‘라이더’ 최현진 코치님으로부터 5일 동안 피드백을 받고 임했던 경기였거든요. 아쉽게 지긴 했지만 3세트 아누비스 신전과 4세트 도라도는 이길 만했다고 생각해요. 준비해온 전략이 있었지만 상대에게 카운터를 맞으면서 노선을 변경했고, 그때부터 말리기 시작한 것 같아요”

최준수는 “이제 연습량이라면 다른 팀에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서 “차기 시즌 우승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그가 인터뷰에 응했던 9월24일은 일주일 중 유일하게 연습 일정이 없었던 오래간만의 휴일이었다. 그러나 최준수는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숙소에 돌아가 개인 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저희도 우승해서 ‘오버워치 리그’에 가야 하지 않겠어요? 다른 팀들도 다 하나둘씩 오버워치 리그에 진출하는데 저희만 이러고 있어선 안 되겠죠”

그는 스스로가 우승의 키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갈릴 때가 많아요. 감정이 고조되고, 말이 술술 나올 때는 충분히 우승도 가능할 것 같거든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더 연습하려고요. 믿고 따라오는 친구들이 있는데 적어도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죠”

▶ “기초도 못 하는데 심화학습에 들어가면 안 되겠죠”

최근 오버워치는 메타가 급변하고 있다. 메르시와 디바가 리메이크된 까닭이다. 메인 힐러들은 지난 1년 동안 플레이해왔던 루시우 대신 메르시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최준수도 그런 선수들 중 하나다.

“메르시 리메이크는 게임 메타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저도 메르시를 열심히 연습 중이에요. 버그 스킬 ‘가속 스텝’이 루시우의 장점(이동 속도 증가)을 뛰어 넘는 수준이거든요. 이제 메르시-아나 혹은 메르시-젠야타 조합이 각광받을 것 같아요”

팀 동료들로부터 ‘꿀보직’이라고 놀림 받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오랫동안 플레이해왔던 루시우를 놓아주게 된 게 못내 아쉽다.

“아쉬운 점은 있죠. 하지만 프로니까 영웅 폭을 늘리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라이더’ 코치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먼저 기본을 익히고, 그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한다’고요.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기초도 못 하는데 심화학습에 들어가면 안 되겠죠”

최준수는 디바 리메이크도 메타에 적잖은 변화를 줄 것이라 예측했다.

“디바는 새 스킬 ‘마이크로 미사일’이 추가되면서 전보다 파라 견제가 쉬워졌어요. 이 게임은 스킬이 많을수록 좋은 영웅이에요. 오리사만 빼고요. 팀원 케어 위주 플레이를 펼쳤던 전과 달리 돌격해서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다 보니 궁극기 게이지도 빨리 차는 점도 있어요. 물론 상대편 입장에선 솜브라 없이도 메카를 터트릴 수 있게 됐죠”

그는 차기 시즌 새로운 돌진조합을 비롯, 다양한 조합 간 맞대결이 펼쳐질 거라고 전망했다.

“완벽한 돌진메타가 하나 추가됐어요. ‘윈스턴-디바-겐지-트레이서-루시우-메르시’ 조합으로 6명이 한꺼번에 뛰어드는 거죠. 연습에서 한 번 당해보니까 정말 공략이 힘들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그에 대한 카운터도 준비했죠. 메타는 계속 바뀌는 거니까요”

그는 ‘블리자드도 버린 딸’로 평가받는 오리사가 여전히 커다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저희 팀은 아직 여러 조합을 연습하는 단계예요. 물고 물리는 관계로 조합 간에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진 것 같아요. 아직 바스티온이나 오리사는 안 나오지만, 연구가 더 이뤄진다면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동속도만 개선해주면 쓸 수 있지 않을까요”

▶ 프로와 아마 차이 실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빙벽석양’

메타 아테나와 그 전신 퀵스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최준수는 어느덧 1년 차 프로게이머가 됐다. 그러나 아직도 하루하루가 새롭다. 이제 막 아마추어 단계를 벗어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저도 학창 시절엔 ‘페이커’ 보면서 ‘와’하고 감탄했던 학생 중 하나였어요. 프로게이머는 오버워치 출시 후 기회가 생겨 도전하게 됐어요. 퀵스에 딜러로 들어가면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탱커, 힐러 포지션까지 전부 체험해봤어요. 어찌어찌하다 보니 여기까지는 잘 온 것 같네요. 하지만 이제 막 프로다운 생활을 시작한 거라고 생각해요. 전까지는 아마추어였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는 최근 팀에 ‘라이더’ 최현진 코치가 합류한 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실감했다. 

“‘아, 4시즌 동안 바보짓을 했구나’ 생각했을 정도예요. 오더도 훨씬 체계적이고 꼼꼼해졌고요. 지금까진 정말 안일하고 단순하게 플레이했던 것 같아요. 플레이에 근거가 없었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 이 전까진 팀원 중 누군가 ‘가자!’ 해서 와르르 들어가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궁극기가 없으니 집중적으로 노리고, 또 상대방 궁극기를 어떤 기술로 빼고 들어가자’하는 식으로 플레이하기 시작했어요. 플레이에 근거가 생긴 거죠”

최준수에게 지난 1년 동안의 프로게이머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3가지를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시 기억을 더듬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APEX 시즌2 본선 진출권이 걸렸던 라이노스 게이밍 타이탄과의 경기요. ‘빙벽석양’을 썼던 때가 가장 먼저 기억나요”

그가 말한 ‘빙벽석양’은 많은 오버워치 팬들이 APEX 시즌2 최고의 장면으로 뽑기도 했다. 메타 아테나의 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사건이었다.

“‘아이헨발데’ 전장이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을 거예요. 맵 가장 높은 구간에 보면 옴닉 시체가 있거든요. 제가 그 위에서 ‘메이 빙벽을 밟고 올라가면 어디까지 보일까?’ 팀원들한테 물어봤어요. 그런데 막상 시도해보니 생각보다 전경이 좋은 거예요. 스크림에서도 몇 차례 써봤는데 상대방이 당황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바로 대회에서 썼는데 성공해서 다행이었어요. 그 경기를 졌다면 승강전 성패를 장담할 수 없었거든요”

그는 이어 APEX 시즌2 4강 루나틱 하이전 4세트 도라도 전장 공격 차례에서 빙벽을 타고 루나틱 하이의 후미를 잡았던 플레이를 2번째로 꼽았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메이 빙벽에서 비롯된 플레이네요. 당시 작전명이 ‘서커스’였어요. 성공했을 때 정말 기분 좋았어요. 스크림 끝나고 선수들과 도라도맵을 연구하다가 만들어낸 전략이었죠. 사실 스크림에서 딱 1번 써봤는데 결과가 그다지 좋진 않았어요. 하지만 실전이어서 그런지 상대도 당황하더라고요. 실전은 당황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3번째로 꼽은 건 같은 경기 5세트 헐리우드 전장이었다.

“‘준바’ 김준혁이 벽 뒤에서 쏜 ‘중력자탄’ 한 방에 경기가 끝났죠. 그것만 아니었으면 화물을 끝까지 밀 수 있었는데 말이에요. 직접 경기할 때는 잘 몰랐고, 끝나고 뭐에 당한 건가 싶어서 영상을 돌려봤어요. 어이가 없더라고요. 저는 그때 이길 줄 알았거든요”

최준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가 이 장면을 3번째로 뽑은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였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때 제가 젠야타를 플레이했었거든요. 에임이 워낙 잘 맞아서 거의 혼자서 5킬을 땄어요. 그런데 나중에 영상을 보니깐 카메라(옵서버)가 제 플레이를 안 잡아주더라고요. 더 실망했죠”

세계 최고 옵서버 기술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 APEX도 미처 잡지 못한 명장면이 그렇게 언급 한 번 없이 지나갔다.

▶ 고마운 이들 많아…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우승할 것

메타 아테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기존 대표 겸 감독이었던 ‘마싼’ 정형수 대표가 오버워치 리그 서울팀으로 떠났고, 그러면서 한 캐나다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약속받았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추후 오버워치 리그 참전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새로운 환경으로 가는 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야겠죠. 새 대표님께서도 저희에게 정말 많이 신경 써주시거든요. 그 마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죠. 우승하고 저희도 오버워치 리그에 가야 하지 않겠어요? 외국 물도 좀 먹어보고 그래야죠. 아! 그리고 이번에 팀 이름과 로고가 바뀔 예정이에요. 특히 예쁜 로고를 새로 달게 되어 무척 기뻐요”

설레기만 하는 건 아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 최준수는 기존 대표였던 정 대표의 이탈을 매우 아쉬워했다. 그를 비롯한 메타 아테나 팀원들은 사석에서 정 대표를 ‘형’이라고 부를 만큼 친하게 지냈다.

“음식도 직접 만들어서 저흴 챙겨주고 그랬거든요. 야식으로 감자튀김을 해줘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나네요. 여러 가지 상담도 많이 들어줬고요. 정말 착한 형이에요. 너무 착해서 탈이죠”

최준수는 이밖에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은 이가 많다고 말했다.

“우선 새로운 환경을 제공해주신 대표님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번에 좀 많이 큰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됐어요. 저도 직접 새 숙소에 가본 건 아니고, 영상으로만 봤거든요. 숙소가 많이 커서 놀랐어요. 방이 6개인데 3인용 침대가 들어가고도 공간이 한참 남더라고요. 그리고 팀의 코칭스태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볼진’ 강민규 감독님, ‘낙엽’ 이유빈 코치님, ‘라이더’ 최현진 코치님이요” 

하지만 가장 고마운 건 역시 팬들이다. 그는 변함없이 믿고 지지해주는 팬들에게 재차 우승을 약속했다.

“시즌2에 4강, 시즌3에 8강, 그리고 올 시즌 16강에 그쳤어요. 성적이 점점 떨어지자 처음엔 팬분들께서도 결과를 놓고 악담하셨지만, 저는 팬분들을 보면서 힘을 냅니다. 응원해주시고, 챙겨주셔서 늘 고맙죠. 이제 그분들께 보답해드릴 차례예요. 16강, 8강, 4강 다 해봤으니 이제 남은 건 딱 하나입니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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