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 고(故) 김재정씨가 경북 군위군과 토지 소유권 분쟁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해당 토지 인근에는 1000억대 예산의 국책사업이 예정돼 있었다.
쿠키뉴스 취재 결과, 고 김씨 외 3인은 지난 2007년 4월13일 군위군을 상대로 대구지방법원 의성지원에 이중등기 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같은 해 9월20일 해당 부지가 군위군의 소유라고 판결했다. 이듬해인 지난 2008년 5월 고 김씨 등의 패소가 확정됐다. 이후 2013년 고 김씨로부터 땅을 상속받은 부인 권모씨 등의 등기가 말소됐다.
해당 부지는 군위군 산성면 화전리에 위치한 임야로 당시 20만7769㎡(6만2850평) 규모였다. 고 김씨는 현대건설에서 함께 근무했던 정모씨 등과 지난 1988년 4월 개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했다. 그러나 해당 임야는 지난 1961년부터 군위군의 소유였다. 고 김씨 등 3인은 등기부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땅을 매입한 것이다. 이들은 이후 등기부 전산화 과정에서 이중 등기 사실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고 김씨는 적극적으로 해당 토지 소유권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당시 군위군청에서 근무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고 김씨는 소장을 접수하기에 앞서 공동소유자 3인과 함께 군청에 찾아왔다. 군청 관계자는 "고 김씨가 '이명박 서울시장의 처남'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소송을 걸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해당 부동산은 이미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2007년 이 전 대통령 대선 출마 당시, 고 김씨가 그의 재산관리인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부동산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문제의 군위군 땅도 차명재산 논란이 제기됐다. 고 김씨 등은 2007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명재산 의혹을 부인하며 "해당 부지는 골프장을 만들려고 샀으나 주변 땅값이 너무 많이 올라 포기한 곳"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변 땅값이 폭등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군위군 임야의 공시지가는 88년 이후 크게 오르지 않았다. 지난 90년 ㎡당 160원이었던 땅은 지난해 341원에 그쳤다. 인근 토지 역시 마찬가지다. 군위군 내 부동산 관계자들도 고 김씨 등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은 "해당 지역은 88년 이후 땅값이 크게 오를 호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 김씨가 소송에서 이길 확률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당시 이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군위군 측 변호사는 "설사 원고가 이 전 대통령이었다고 하더라도 재판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고 김씨가 땅에 그토록 집착한 까닭은 무엇일까. 해당 부지 지근에서 추진 중인 '가온누리 테마파크'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가온누리 테마파크는 전통문화콘텐츠와 관광을 접목한 국책사업이다. 오는 2018년 상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가온누리 테마파크 조성 사업은 이 전 대통령 집권 초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지난 2008년 9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선정한 '5+2 광역경제권 실현을 위한 30대 선도프로젝트 사업'에 포함됐다. 총 1374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가온누리 테마파크의 완공이 가까워지자 인근 땅값은 크게 올랐다. 과거 고 김씨 소유 임야의 경우 지난 5월 발표된 공시지가는 2만4400원이다. 지난해보다 약 78배 오른 수준이다. 군위군청 관계자는 “땅값 상승은 가온누리 테마파크와는 무관하다”며 “해당 부지에 창고가 들어서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감정원은 “이 같은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종합적으로 봤을 때 국책 사업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고 김씨가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보를 사전 입수했을 확률이 높다"며 "이는 과거 정부 고위공직자들이 자주 쓰던 투기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심유철, 이승희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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