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로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집계에 따르면 추석 황금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발한 인원은 11만4746명으로 역대 최다를 경신했다. 여행업계는 이번 추석 연휴의 해외여행객은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1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남아는 물론 유럽 항공권이 동이 났을 정도. 치열했던 항공권 예매 전쟁이 끝났다고 설렘과 기대를 갖기엔 아직 이르다.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짐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여러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해외를 다녀온 뒤 감염질환에 걸린 환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 ‘2016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국외유입 감염병은 2010년 이후 매년 증가하여 2015년 491명에서 2016년 541명으로 10% 가량 증가했다. 최근에는 메르스나 지카 바이러스 등 치명적인 감염질환의 국내 유입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위험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감염질환 위험 외에도 만성질환자 또한 철저한 준비 없이 여행에 나섰다가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여행에 앞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감염내과 이지용 과장은 “장기간 해외여행의 경우 시차, 기온, 풍토 등이 평상시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전염병을 비롯한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 자체가 커져 건강을 해치기가 쉽다”며 “사전에 여행지에 대한 정보 및 자신의 몸 상태를 철저히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예방접종이나 평소 먹는 약, 영문 진단서 등을 준비해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과 음식, 모기 주의해야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비해 동남아, 중국, 일본 등의 예약률이 특히 높은 상황이다. 해당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서구 선진국에 비해 위생 상태가 떨어지고 보건 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이미숙 교수는 “음식섭취에 의한 수인성전염병(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A형 간염)과 모기 매개 감염병(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말라리아)은 작은 관심과 노력에 의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나라별 기후와 생활 습관, 여행시점을 기준으로 유행하고 있는 풍토병 등에 대한 사전지식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여행에서 감염질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여행지의 위험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해외여행질병정보센터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보건소 등을 통해 해당 내역 확인이 가능하다. 황열이나 말라리아, A형 간염 등의 경우 예방접종 혹은 예방약을 통해 감염을 피할 수 있다. 다만 여행지 도착 2주 전에는 준비를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현지에서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 감염질환의 경우 모기 매개, 혹은 수인성 질환인 경우가 대다수다. 수시로 손을 씻고 음식을 철저히 익혀 먹는 습관과 함께, 모기장, 곤충 기피제 및 긴 소매 등을 통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3가지만 기억하자! ‘끓이고, 익히고, 벗겨먹자’
해외여행 간 주로 발생하는 수인성 감염병은 세균 감염된 식수나 음식섭취를 통해 이뤄진다. 주요 증상은 설사, 복통이며 감염 후 1~2일 내에 나타난다. 대부분 체내 면역체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잦은 설사로 인해 탈수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충분한 수분섭취, 예방적 항생제 등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이미숙 교수는 “물과 음식은 되도록 충분히 끓여 익힌 후에 섭취하고, 과일은 반드시 껍질을 벗겨먹어야 한다. 길거리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개나 닭 등은 함부로 만지지 말고, 만약 물리거나 할퀴었다면 반드시 상처를 깨끗한 물로 씻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성질환자들 각별히 신경써야
해외여행의 경우 긴 시간 동안 일상과 크게 변화된 사이클 및 환경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이 때 자칫 관리를 잘못 했다가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이 크게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만성질환자들의 경우 주위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쉽게 건강을 해칠 수 있고, 자칫 잘못하면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여행 전 먼저 병원을 방문해 현재 건강 상태를 검사 받아야 한다. 더불어 평상시와 기후나 시차, 활동량 등이 달라지는 만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약이나 주사제 등의 복용 시기 및 양 등을 조정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영문 진단서나 처방전 등도 미리 챙겨가는 것도 필요하다.
장기간 항공기 여행 또한 만성질환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심혈관질환자의 경우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으로 인한 혈전증이 올 수 있으며, 당뇨 환자 또한 운동량이 감소해 혈당이 급속히 오를 수 있다.
1시간마다 한 번씩 스트레칭 등을 통해 혈전증을 예방하는 한편, 6시간 이상의 장기 여행의 경우 혈당을 체크,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필요 시 인슐린 등을 통해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여행지에서도 신체에 무리가 갈 정도의 활동량을 삼가고, 기름지거나 짠 음식 등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내분비내과 백혜리 과장은 “만성질환자의 경우 평소 질환 관리로 인해 장기간 약물을 복용하거나 심신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인 만큼 가벼운 감염, 사고 등도 중대한 위기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해외여행을 다녀온 직후에도 만약 열이나 설사, 피부질환 등이 생겼을 경우나 혹은 전염병 발생국가를 경유, 체류했을 경우에는 여행 후 주치의를 통한 자세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해외여행 후 두통·고열·발진 나타난다면?
모기는 해외에서도 방심할 수 없다. 대표적인 해외유입형 모기매개 감염병인 뎅기열은 열대숲모기에 의해 감염되며, 낮 시간에 흡혈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감염자 비율이 비교적 높다. 일정 기간의 잠복기를 거쳐 두통, 고열, 발진은 물론 혈소판 감소와 근육통, 지속적인 구토 증상이 동반된다.
뎅기열 감염환자 중 일부는 중증으로 진행돼 심한 출혈과 함께 쇼크, 사망에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와 치료가 필요하다.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이미숙 교수는 “긴 소매와 긴 바지 착용, 곤충 기피제 사용을 통해 모기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예방의 첫 단계”라며 “출혈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아스피린이나 진통소염제 사용을 피하며, 무엇보다 사전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예방접종을 챙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귀국 후 1~2주일 이내 열, 설사, 구토, 황달, 피부질환 등이 생기면 병원에 내원하여 감염성 질환 여부에 대한 진료 받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숙 교수는 “여행 전 최소 1~2개월 전부터 필요한 예방접종을 준비하고, 말리리아 예방약은 최소 1주일 전부터 복용해야 한다. 예방접종과 예방약뿐만 아니라 필요한 구급약 등을 체크하고 필요 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