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H콘서트가 지난 22일 오전 10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됐다. 최도자 의원실과 쿠키뉴스가 공동주최하고, 쿠키건강TV가 주관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후원했다. ‘항생제 내성균 대책,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꾸며진 H콘서트는 쿠키건강TV 원미연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강민규 질병정책과장과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항생제 내성균 대책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나눴다.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 행사장에는 70여명의 방청객이 방문해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다제내성균’은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을 의미한다. 다제내성균은 면역력이 약한 중환자에게 특히 치명적이기 때문에 WHO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공조체계하에 대응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부터 국가차원의 ‘항생제 내성관리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대책은 WHO 권고기준에 준해 구성됐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관련해 각계 전문가로 이뤄진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는 평도 듣는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일단. 미국 등에서는 비인체 분야의 항생제 내성 관리가 이뤄지는데 비해 한국은 항생제 내성대책 초기단계에 불과해 개선의 여지가 적지 않다. 또한 궁극적으로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이뤄져야 하지만, 천문학적인 R&D 금액과 시일이 소요된다는 어려움도 해결해야할 부분이다. 당장의 치료를 위해 해외의 신약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최도자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의 경우, 중증질환 환자가 많은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서 항생제 내성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자리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 법안 개정 및 제도개선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 신약 개발해도 판매 좌절되는 아이러니
쿠키뉴스 H콘서트는 이재갑 교수의 강연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 교수는 ‘슈퍼박테리아(항생제 내성균)의 위협과 대응책’을 주제로 슈퍼박테리아 실태와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체로 병원마다 감염 예방에 노력하지만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면서 “중환자실에서 항생제 내성 감염이 끊이질 않는 등 의료기관내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정부도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강연에서는 슈퍼박테리아 예방을 위한 여러 방안도 제시됐다.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고, 치료에 필요한 새 항생제 개발 및 적용이 그것이다. 의료기관의 감염 예방 노력도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병원은 항생제 내성균 감염 예방을 위해 의료 환경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며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별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미진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슈퍼박테리아 감염 예방을 위한 장기적인 정책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다. 정책의 ‘변동’이 크기 때문에 근본적인 예방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 감염내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메르스와 같은 감염 사태가 몇 차례 터지고 나야 감염관리가 변화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슈퍼박테리아 치료에 쓸 항생제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제약회사에 천문학적인 지원 등을 통한 항생제 개발 독려로 항생제 개발이 늘어나게 됐다는 것. 반면, 한국은 턱없이 낮은 약가로 인해 국내에서 개발한 항생제가 한국내 판매가 좌절되는 경우마저 있다. 이 교수는 “항생제 오남용을 우려해야 하지만, 해외에서 개발된 신약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엄격히 관리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R&D 중요하지만 당장 쓸 약은 있어야”
이재갑 교수의 강연 이후 패널간의 자유토크가 진행됐다. 최도자 의원은 “본인이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여러 경로로 다제내성균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내성균 발생은 심각한 사회적 이슈”라며 “다제내성균 유행으로 항생제 사용이 어려워지면 단순한 상처로도 생명을 위협받는 항생제 도입 이전시대로 회귀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현재 정부는 지난 6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 CRE와 VRSA 등 항생제 내성균을 모든 병원에서 신고토록 하고 있다. 6월~11월 사이 4200여건이 신고되는 등 항생제 내성균 감염이 의료계에 만연해 있다는 게 복지부 강민규 질병정책과장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최 의원은 “한국의 항생제 내성률은 OECD 회원국 중 상위에 있다”며 “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녹농균 등의 내성률이 타 OECD 국가 대비 높은 수치를 기록해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강민규 질병정책과장은 “정부는 항생제 내성을 위한 통합적 접근, ‘원헬스(ONE-HEALTH)’로 명명한 다부처적 차원에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대책은 이러한 원헬스 전략을 포함하고 있고,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항생제 내성 대책도 유사하게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강 과장은 “대형병원을 제외하면 부족한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가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제내성균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국내 항생제 오남용과 관련, 강 과장은 “항생제 내성 관리에 대한 인식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면서 “국민, 의사, 수의사, 생산자 등의 항생제 오남용 방지 실천의식이 아직 낮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항생제 내성 대응을 위해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신약을 속히 도입해 기존 항생제에 대한 내성위협을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약 도입과 관련해 강 과장은 “이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연구체계와 재정적 지원이 필수”라고 운을 뗐다. 강 과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항생제 대체물질 개발에 대한 기초 연구에 착수했으며, 민간 그리고 산업체 등과 연구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의 지적처럼 해외의 신약 도입 방안에 대해선 “해외 항생제 개발동향 모니터링 등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협의해 신속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독일 등 유럽의 경우, 해외에서 개발한 항생제 신약을 자국에 빠르게 도입하기 위한 제조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게 최 의원의 설명이다. 최 의원은 “우리나라도 이러한 정책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면서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항생제 내성위협 대응 및 슈퍼박테리아 감염환자에게 ‘필수의약품’로 항생제의 가치를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도 “내성균에 효과적인 새로운 항생제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한국에 도입된 것이 없어 환자들 입장에선 ‘먼 나라 이야기’라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 과장은 “항생제 내성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에 대해서는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 및 관련 타 부처, 국민들의 행동 변화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거듭 인식 제고를 촉구했다.
최 의원도 “아직까지는 항생제 내성균의 위험성이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회 차원에서 예방에 필요한 정책적 지원책을 마련하는데 더 많은 노력이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쿠키뉴스 H콘서트는 건강 이슈를 국내 보건의료 전문가와 함께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짚어보는 토크콘서트로, 쿠키뉴스 기사 및 쿠키건강TV로도 방영돼 국내 보건의료 관련 행사 중 전문성과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