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 서바이벌 시리즈(PSS)를 개최하는 OGN이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지난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진행한 대회 예선에서 인기 팀이 대거 탈락했다. 자연스레 본선 흥행에도 먹구름이 낄까 우려가 뒤따른다.
예선 첫날 오버워치 스타 ‘에스카’ 김인재와 ‘이태준’의 팬덤을 흡수한 KSV 아셀이 탈락했다. 인기 스트리머로 구성된 G9도 곧 짐을 쌌다. 오스카 드래곤즈 역시 2부 리그격인 챌린저스에 턱걸이로 살아남았다.
이변은 이튿날에도 계속됐다. 지스타 인비테이셔널 우승자가 소속된 KSV 노타이틀과 콩두 레드도트가 나란히 1부 리그 입성에 실패했다. 언급된 팀들은 현재 배틀그라운드 종목에서 가장 큰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OGN으로선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단 3라운드만으로 예선을 마무리 짓는 게 섣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력을 판가름할 표본이 너무 적었다는 주장이다. OGN은 이번 대회 예선 참가 팀을 4개조로 나눈 뒤 3라운드 합산 점수로 순위를 매겼다. 운적 요소가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게임 특성상 제아무리 상위권 팀이라도 탈락할 여지는 충분했다.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얘기다.
반대쪽에서는 종목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변 또한 스포츠의 특징이자 재미인데, 인기 팀의 본선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 예선 규칙을 까다롭게 바꾼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PC방 예선에서도 무명 선수가 일명 ‘날빌(도박성 플레이)’로 변수를 창출해 슈퍼스타를 잡는 일은 발생하곤 했다. 그래도 3판2선승제 예선을 9판5선승제로 바꾸는 일은 없었다. 진퇴양난인 셈이다.
OGN은 2부 리그 격인 챌린저스 리그를 운영, 매주 승강전을 치러 이러한 맹점을 메우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기 팀들이 챌린저스 리그에조차 들어가지 못하면서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들을 품을 수 없게 됐다.
애초 상위 35개 팀(1부 20개 팀·2부 15개 팀)에도 못 들어갈 실력이었다고 해당 팀들을 평가절하 하기에는 그간 타 대회에서 보여준 활약상이 나쁘지 않다. 현재도 KSV 아셀과 콩두 레드도트를 제외하고는 이미 타 플랫폼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e스포츠 흥행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하나는 스타플레이어다. 지금처럼 인기 선수가 대거 탈락한 상황에서 PSS 베타는 새로운 별을 찾아낼 수 있을까.
물론 OGN의 스타 만들기 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남다르다.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씬의 1번째 슈퍼스타인 ‘매드라이프’ 홍민기부터 오버워치팀 루나틱 하이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해당 종목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데에는 개인의 스타성 못지않게 OGN의 영향도 컸다. 이제 프로그램 오프닝 영상에서 특정 선수를 의자에 앉혀만 놔도 이슈 메이킹이 된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미 개인 방송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타 종목의 e스포츠 태동기와는 비교 불가다. 이번 대회에 탈락한 선수들은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만 명 가까이 되는 열성적인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는 스트리머다. 시청자들은 PSS 베타를 볼까, 아니면 같은 시간 송출되는 개인 방송을 볼까. 대회에서 탈락한 순간 OGN에게 이들은 동업자가 아닌 같은 종목 파이를 갖고 다투는 경쟁자다.
글로벌 시장 공략 차원이겠지만, 해외에 너무 많은 시드를 분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배틀그라운드는 명실상부 세계정상급이라 불릴 만한 해외 팀이 없다. ‘더블리프트’ 일리앙 펭(리그 오브 레전드)이나 ‘타이무’ 티모 케투넨(오버워치)을 초청했던 과거와는 다르다. OGN은 이번 대회 결승에 중국 지역과 북미·유럽 지역에 각각 3장씩의 시드를 부여했다.
OGN은 이번 대회에 큰 공을 들였다. 내걸은 총상금 규모는 2억 원으로 롤챔스에 필적한다. 또 e스타디움 2층 다목적실을 선수 100명과 관객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개축하는 등 총 30억 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시간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오버워치 APEX와 겹치는 황금 시간대다. 개막하는 주(週)도 롤챔스와 겹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차기 주력 종목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만큼 여러 스타플레이어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그리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대회 개막은 1달 앞으로 다가왔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