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후원금 1조원 넘었다더니… 동원 학생들에 ‘열정페이’ 지급 논란

평창올림픽, 후원금 1조원 넘었다더니… 동원 학생들에 ‘열정페이’ 지급 논란

기사승인 2017-12-22 09:34:06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개막식에 동원되는 고교생과 대학생에게 최저임금(7530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무용과 전공 고교·대학생들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공연 준비를 위해 한 달여 가까운 기간 동안 동원되지만 그 대가가 10만원 대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조직위가 ‘열정페이’로 대회를 준비한 셈이다. 조직위는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성공적인 평창올림픽 개최를 위한 국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의 후원금과 기부 금액이 당초 목표액 9400억 원 대비 107.3%인 1조 92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매체는 학생들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행사에 동원됐고, 한 달간의 단체연습과 개막식 행사에 대한 대가도 10만∼20만원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거론된 학교는 성신여대, 경희대, 계원예고, 덕원예고, 선화예고, 국립전통예고 등 6개 학교이고 총 218명(고교생 140명, 대학생 78명)이 동원된다. 

이들은 지난 17일 오후부터 7시간가량 경기도 일산에서 단체연습을 했다. 행사 준비팀은 개막식까지 합숙훈련 기간을 포함한 30일가량의 연습 일정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교는 이미 방학에 돌입했고 고등학교도 곧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내년 2월 올림픽이 개막하기 때문에 사실상 학생들은 겨울방학 대부분을 행사 준비로 보내야 한다. 

문제는 보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미 몇몇 학생들은 행사 준비를 그만두었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익명의 고등학생은 “개회식이 끝나면 10만원 정도를 준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대학생 참가자의 경우 “행사 비용으로 20만원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언급했다. 어떤 학생은 이미 훈련이 시작됐음에도 보수 관련 얘기를 전혀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학생들의 연습시간과 공연시간 등을 계산하면 이와 같은 보수는 내년도 최저임금(7530원)에 훨씬 못 미친다.

이에 대해 조직위측은 “대행사가 학교와 협의 후 진행했다. 자원봉사 개념으로 양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체는 특정 고등학교의 경우 한국무용을 전공 중인 학생 전원이 의무적으로 참석을 강요받았다고 전했다. 한 학부모는 “한 명도 빠짐없이 연습을 시킨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모든 행사에 적극 참가한다는 동의서를 작성했다는 학교도 있다.

앞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문제가 됐던 이유는 좁은 업계에서 학연·지연으로 점철된 ‘갑질’이 당연한 듯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계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 이와 같은 요구는 강요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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