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글로벌 전자시장 뜨겁게 달군 ‘디스전’

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업계서 경쟁사 비방 나서

기사승인 2017-12-30 05:00:00
- + 인쇄

2017년 글로벌 전자시장 뜨겁게 달군 ‘디스전’

2017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올 한해 글로벌 시장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디스(dis)전’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다양한 제조업체들이 경쟁사 디스에 열을 올렸다.

첫 타자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다. 리차드 유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월 신제품 공개 자리에서 애플의 최신작 ‘아이폰X(텐)’의 안면인식 기술을 겨냥해 “많은 업체가 안면인식 센서를 탑재하지 않는 이유는 지문인식이 훨씬 빠르기 때문”이라며 “아이폰X 안면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하려면 휴대폰을 들고, 보고, 화면을 스와이프해야 하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8’‧‘갤럭시노트8’ 등의 지문센서가 제품 후면 오른쪽에 위치한 것과 관련해서는 “지문센서가 지문을 피한다”고 비꼬았다. 그는 사용자의 지문이 지문센서가 아닌 카메라에 묻는 사진을 함께 준비하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도 경쟁사 비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X 출시 후 아이폰 10년 역사를 조롱하는 광고를 선보였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지난달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광고를 통해 아이폰이 물에 빠졌을 때 먹통이 되는 점, 내부 용량이 적은 점, 이어폰 단자가 사라진 아이폰에서 이어폰을 사용하기 불편한 점 등을 지적했다.

한술 더떠 미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모토로라는 삼성전자의 ‘디스 광고’를 이어 나갔다.

모토로라는 “삼성 USA의 광고를 좋아하지만 당신들은 결말을 잊은 것 같다”며 삼성 측 광고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자사 SNS에 업로드했다. 모토로라 광고에 등장하는 남성은 앞서 삼성전자 광고에 등장한 남성과 외형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영상 속에서 남성은 갤럭시 시리즈 휴대폰을 쓰고 있었으나 여자친구의 모토로라 스마트폰에 장착된 소형 빔프로젝트 기능을 보고 깜짝 놀란다. 영상 말미에 나오는 ‘Up-upgrade to Motorola’는 앞서 삼성이 강조한 “갤럭시로 업그레이드 하세요(Upgrade to Galaxy)”라는 문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네거티브 공방이 잇따른 가운데, 가전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삼성 뉴스룸’을 통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디스플레이 패널의 ‘번인(burn-in)’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번인 현상은 TV나 모니터에 같은 화면을 장시간 켜두는 경우 해당 부분의 색상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거나 잔상이 남아있는 현상을 일컫는다.

삼성전자는 미국 IT 전문매체 알팅스의 실험을 인용해 “LG디스플레이의 OLED는 번인현상에 약하다”며 “삼성전자의 QLED TV는 10점 만점을 받았으나 OLED TV는 5.5점에 그쳤다”고 밝혔다.

네거티브 광고는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데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다. 다만 도를 지나칠 경우 소비자의 피로도와 반감 등을 야기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스만큼 경쟁사 장점을 깎아내리고 자사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전략도 드물다”며 “글로벌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내년에도 이러한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