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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료기록부와 의사

국민의 생명을 맡길 수 있는 ‘진료기록부’를 기대한다

조민규 기자입력 : 2018.01.06 04:00:00 | 수정 : 2018.01.05 17:53:40

진료기록부(chart)에는 의료인의 진료행위가 담겨있다. 사전적 의미는 환자의 상태 혹은 특정한 환자의 질병에 대한 임상 소견의 기록. 맥박, 호흡수, 체온, 혈압, 대소변 산출량 등과 의사의 소견이 포함된 기록지이다.

평상시 진료기록부를 의료인 외에 환자 등이 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의료사고의 경우는 다르다. 법적다툼에서 당시 환자의 상태와 치료한 내용이 담겨 있는 진료기록부는 의료행위에 대한 과실여부,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임의대로 변경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진료기록부를 조작하면 의료법 위반으로 자격정지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의료법에서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환자에 대한 진료기록부를 열람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환자 본인이나 그 가족이 요청하는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분쟁이 예상되는 경우, 지연제공이나 누락제공이 발생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전자의무기록(EMR)을 포함한 진료기록부에 내용을 추가·수정할 경우 수정 이전의 원본과 수정된 기록을 모두 남기고,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이를 열람할 경우에도 접속기록을 별도 보관해야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최근 대법원은 한 사건에서 진료기록부상의 기록을 신뢰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연한 판결 같지만 요즘 들어 의사만의 권한처럼 느껴지는 ‘진료기록부’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큰 이슈가 됐던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도 진료기록부가 쟁점이었다. 당시 외인사 논란이 있었던 이 사건은 서울대병원에서 진료기록부에 ‘병사’로 기록하며 파장이 일었고, 이후 ‘외인사’로 수정하며 병원의 명예가 실추되기도 했다. 

진료기록부 조작은 보험사기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해 보험금을 타내는 것이다. 금액도 의료기관 당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문제가 심각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러한 보험사기 금액이 2017년 상반기에만 3700억원을 넘는다.

의료과실로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 진료기록부를 조작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 경남 거제에서는 자신이 프로포폴을 투약한 환자가 사망하자 사건을 감추려 진료기록부를 조작한 사건이 있었고, 다른 성형외과에서는 수술한 환자가 사망하자 ‘퇴원하기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진료기록부에 새로 기재하는 조작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에서는 실제 수술을 집도한 의사와 진료기록부상의 집도의가 달랐던 일명 ‘유령수술’이 적발된 바 있으며,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도 집도의를 거짓으로 기록해 적발되기도 했다. 지방 소재 의료원에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감추기 위해 진료기록부를 조작하다 적발된바 있다.

진료기록부는 진실이 바탕 돼야 한다. 환자의 치료경과가 제대로 기록돼 있지 않다면 효과적인 치료는 이뤄질 수 없을 것이고, 오히려 환자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록하는 것은 범죄행위이다. 지금도 일부 의료인의 조작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많은(대부분의) 의료인들이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국민들이 믿고 자신의 생명을 맡길 수 있는 ‘진료기록부’가 작성되기를 기대해본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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