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적당히 하라"는 닐로의 말, 적당히 트와이스나 듣겠습니다

"적당히 하라"는 닐로의 말, 적당히 트와이스나 듣겠습니다

기사승인 2018-04-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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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어디선가 나타난 신예 가수가 엑소, 위너, 트와이스를 모두 꺾고 음원 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10월 31일 발표한 닐로의 ‘지나오다’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음원사이트 중 최고 점유율을 차지하는 멜론에서 12일 닐로는 오전 1시 멜론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죠. EXID의 역주행 신화 재현일까요. 그러나 닐로의 음원 그래프가 갖는 양상은 상당히 의심스럽습니다. 결국 ‘사재기’라는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유는 닐로의 음원 순위가 새벽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순위 유지와 상승을 하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자정 시간부터 오전 7시까지의 음원차트는 아이돌 팬덤들이 집중적으로 ‘스트리밍’을 하는 시간입니다. 음원사이트 이용자들은 이 시간 대부분 자고 있고, 팬들이 스트리밍을 하면 자연스레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에 1위를 안겨주기는 쉬워지죠. 게다가 불법적인 사재기도 아닙니다. 그런데 닐로가 그 모든 이들을 이기고 1위를 한 겁니다. 닐로의 라이벌 그룹은 엑소-CBX(첸백시), 트와이스, 위너 등 쟁쟁한 음원 강자 그룹이기에 더욱 놀랍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죠.

지난 10일 한 음원차트 이용자는 닐로의 ‘지나오다’ 음원순위 상승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닐로의 음원 순위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대력 600위~700위권에서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해당 이용자는 닐로가 언제부터 화제가 되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했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닐로는 지난 2월 리메즈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순위와 화제성이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비결은 SNS 바이럴마케팅이었죠. 즐겨찾기 이용자가 많은 페이스북 페이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닐로의 음원과 사진을 올리며 똑같은 문구로 그의 음악을 홍보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지난해 차트 1위에 올랐던 가수 장덕철의 경우도 비슷한 양상으로 알려졌는데, 그도 바로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출신이라는 겁니다. 결국 차트 이용자들은 이들에게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죠.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용자수를 늘린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닐로의 ‘지나가다’와 장덕철의 ‘그날처럼’. 둘 다 체감 인기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죠. 통상적으로 멜론 차트 등에서 1위를 하는 음원들의 경우 노래를 즐겨듣는 불특정다수가 다양한 층에 포진하기 마련인데, 두 음원 다 인기를 체감하기는 어렵죠. ‘그날처럼’의 경우 최근에 와서는 입소문을 타고 있지만, 해당 음원 또한 차트 상위에 오랫동안 머무른 후 누리고 있는 인기입니다. 최근 가장 큰 인기를 누렸던 윤종신의 ‘좋니’의 경우를 들여다보면, 당시 새벽 시간대 음원차트에서는 어김없이 워너원 등의 인기 아이돌에게 밀려났습니다. 그렇기에 닐로의 음원차트 독식에 대한 의혹이 더욱 커져가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의혹이 커지는 부분은 또 있습니다. 대부분 1위를 차지하는 음원들은 8대 음원차트에서 고른 순위를 유지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닐로의 ‘지나가다’는 12일 오후 8시 기준 네이버뮤직 35위, 벅스 2위, 지니 1위, 엠넷 2위, 몽키3 53위, 멜론 2위, 올레뮤직 1위, 소리바다 18위 등을 유지 중입니다. 희한하게 들쑥날쑥한 순위를 유지 중이니 네티즌들은 “일부 영향력이 미미하거나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몇몇 차트에는 손을 대지 못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 중입니다.

12일 닐로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닐로를 둘러싼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더불어 자신들은 합법적인 바이럴 마케팅과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닐로의 1위를 수성했다고 밝혔죠. 그러나 바이럴 마케팅을 하지 않는 기획사가 어디 있을까요? 거기에다 리메즈 측은 “기업 비밀”이라는 이름으로 그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리메즈 측의 고충도 이해는 가나, 가요 관계자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기에 의혹은 깊어져만 갑니다.

이 가운데 같은 날 닐로 본인은 멜론 차트에 의혹을 제기하는 네티즌들에게 “댓글 적당히들 하라”며 덧글로 경고까지 날렸습니다. 명확한 해명은커녕 의혹에 관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아티스트의 자세는 비호감만 키웠습니다.

위법도, 불법도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부정확한 해명과 당황스러운 태도 탓에 닐로와 리메즈엔터테인먼트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닐로의 1위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적당히 하라는 그를 위해 쿡기자는 적당히 ‘왓 이즈 러브’(What Is Love)나 틀어볼까 합니다. 밤 새도록.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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